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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감원 없이 승승장구' 비결은?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ㆍ해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LG 등 한국 대표기업들만 유독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사업ㆍ인력 구조조정을 해온 데다, 경쟁력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 회복기의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고용 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격인 대기업이 쉽게 일자리를 줄일 수 없는 한국적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요 기업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한 목소리= 최근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사장단 회의 직후 "인위적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국내 인력의 경우 사람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자금 수혈을 받은 하이닉스조차 임직원 임금 삭감과 연차휴가 사용 등을 통한 잡쉐어링(일자리나누기)으로 국내 인력 감원 없이 버틴다는 계획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 26일 미국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7만명의 감원이 발표됐다. 소니, 파나소닉,.히타치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도 7000~2만명의 대규모 해고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ㆍLG. 빡빡한 인력운용.. '뺄 군살이 없다'= 업계는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등 호된 '매'를 먼저 맞는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앞서 진행된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빼야 할 '군살'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만 해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전체 인력 8만3000명의 무려 28%인 2만3000명(국내 5만8000명, 해외 2만5000명)을 줄인 바 있다. 장래성이 없는 120여개 사업을 과감히정리한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생산인력은 LCD.반도체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소수 분야에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모두 연구ㆍ개발(R&D)이나 마케팅, 디자인 등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에 집중 배치돼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직은 2만4100여명으로 전체 국내 인력에서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4~2005년 탕정ㆍ기흥 등 대규모 반도체ㆍLCD 설비투자와 함께 다시 생산직의 절대 규모가 늘었음에도 그 비중은 1998년(32%)보다 낮다. 대신 R&D.마케팅.영업.디자인 인력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61%로 98년의 46%에 비해 크게 늘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현재 생산의 60%가 해외에서 이뤄지면서 국내 인력 2만9600명 중 30%인 8900명 정도만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2만700명은 연구ㆍ개발(R&D)직 및 사무직이고,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인 1만900명이 R&D에 종사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1997년과 비교해 생산직 비중이 LCD 분사 등을 거쳐 46%에서 30%로 급락한 셈이다. 남 부회장 역시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R&D 분야 등의 인력에 대해 "해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LG전자는 현업 R&D.사무직 2만명 가운데 20%를 신성장동력에 투입하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 '인재'는 핵심 경쟁력.. "위기 뒤 올 기회 잡는다" = 국내 기업들이 감원없이 버티는 것은 향후 도래할 '좋은 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세계 정상권인 만큼, 당장 이 위기만 넘기면 경기회복기에 오히려 시장 주도권을 굳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 어렵다고 숙련된 인력을 쉽게 내보냈다가 정작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키울 '기회'가 와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력을 운용한다는 얘기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현재 우리 대표기업들은 경쟁구도에서 칼자루(주도권)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 불황이라도 상대적으로 공격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사람을 줄이지 않는 것은 경기 여건 호전과 함께 총공세에 나설 때를 대비, 힘을 비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환율' 변수 따라 감원 진행될 수도= 하지만 앞으로 환율 조건이 나빠질 경우 우리 기업들도 더는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남 부회장은 "환율 거품이 꺼지면 또 구조조정이 필요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그런 경우까지 (구조조정을) 안 하고 넘어가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원화 값이 떨어져 수출 시장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를 상쇄하고 있으나, 환율마저 불리하게 돌아가면 천하의 삼성이나 LG도 당장 살기 위해 '감원'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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