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복제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당신의 휴대폰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문안 인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4500만명에 이르는 휴대폰 천국에서 휴대전화 복제 문제는 심각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과연 휴대전화 복제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이동 통신업계에 따르면 2G(세대)방식의 CDMA 휴대폰 복제는 휴대전화 단말기 고유번호인 ESN(Electrical Serial Number)과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복제된 단말기와 동일한 기지국내에 위치해 있고, 휴대전화 단말기의 위치가 사방 120도 안에 위치하면 음성 도청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울러 복제된 단말기 간에는 음성이 들리지 않지만 걸려오거나 건 상대방의 음성은 복제된 단말기에서 동시에 들을 수 있다. 다만, 복제폰의 경우, 잡음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신형 3G방식의 휴대폰으로는 복제폰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화상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W-CDMA 휴대전화(3G방식)는 기술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휴대전화속에 들어가는 범용가입자 식별모듈인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카드를 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3G가입자가 현재 17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나머지 2600여만명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불법 복제가 가능한 2G방식의 휴대폰 사용자여서 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속도불능 통화' 즉 서울에서 통화했던 휴대폰이 1분뒤 부산에서 통화를 시도할 경우처럼 기지국이 인식한 단말기가 물리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거리에서 다시 작동할 경우이를 불법복제폰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최초 등록된 사용자의 인증키와 왑게이트 상의 단말기 모델이나 버전이 상이한 경우, 이를 감지하는 UAPS(User Agent Profile System)라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관련 통신업체에서 해당고객에게 불법복제폰이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통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탐지활동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복제폰 범행이 은밀하고 용의주도하게 이뤄지는 데다 적발한다고 해도 '대포폰'의 경우에는 범인을 색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휴대폰 전원을 끄고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졌다는 멘트대신 대기음이 들리는 경우와 상대방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 일단 복제폰 가능성을 의심할만 하다. 아울러 요금이 평상시보다 지나치게 많이 부과된 경우에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같은 경우에는 이동 통신사의 고객센터나 불법복제 신고센터에 즉시 알려 조치를 받아야 하며, 그래도 의심된다면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가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이동통신 3사의 FMS(휴대폰 복제탐지시스템)검출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한해 불법복제된 휴대전화가 무려 7916개에 달했으며, 2008년 상반기까지 불법복제된 휴대전화는 4021건으로 밝혀진 바 있다.
최용선 기자 cys46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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