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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가 자궁암백신 홍보대사?

국립암센터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는 근거로 사용하기 부적절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센터측은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암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 후 백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국가 의료기관이 제시할 메시지로서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립암센터는 20일 "국내 여성 10명 중 1명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있다"는 제목의 연구결과 정리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은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립암센터가 시행한 연구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여성 4595명 중 10.4%에서 자궁경부암과 관련있는 HPV가 발견됐다.

이 설명 후 국립암센터는 "최근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 만큼 접종을 받으면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0.4%라는 위험도와 백신접종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그다지 직접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자료에는 빠져 있지만, 10.4%의 여성에서 발견된 HPV 타입은 총 13가지였다. 하지만 백신이 예방해주는 HPV 타입은 그 중 단 2개 뿐이며, 이를 한가지라도 가지고 있는 여성은 전체의 2% 미만이었다.

설령 HPV에 감염이 됐다해도 대다수의 사람은 백신접종과 상관이 없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셈이다.

게다가 백신은 이미 HPV에 감염된 여성에서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도 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하나 간과된 핵심 사안은 HPV에 감염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이 HPV에 노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몸 안으로 들어온 HPV가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HPV는 90%의 사람에서 자연치유되기 때문에 'HPV 감염'이 곧 '암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자궁경부암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확률이 10%나 되므로 서둘러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주연구자인 국립암센터의 오진경 박사는 "백신이 현재 나와있는 유일한 자궁경부암 예방 방법이란 점에서 언급한 것이지 접종을 권고할 의도는 없었다"라며 "그 외 지적된 내용이 보도자료를 단순화 시키는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HPV 감염이 매우 흔하다는 점을 알려 조기검진을 받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백신 정책을 관장하는 질병관리본부는 사회적인 비용과 백신의 효과를 비교해, 국가단위에서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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