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수가체계 상시 조정…'과보상' 검사 줄여 '저보상' 필수의료에 투입

건정심, 의료비용 분석해 중증·응급·기본진료 보상 강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급여 확대로 환자부담 경감
내년 '한국형 주치의' 도입…50대부터 통합 건강관리

정부가 불균형한 의료 수가 체계를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편한다. 검체·영상 검사 등 이른바 '돈 되는' 분야의 보상을 낮추고, 그 재원을 수술·처치·진찰 등 필수의료와 기본진료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고가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23일 열린 '2025년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3일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들을 논의했다.

우선 2023회계연도 의료비용 분석 결과를 토대로 2026년부터 상대가치 상시 조정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5~7년 주기로 이뤄져 의료기술 등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분야별 수가 불균형 왜곡이 지속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산출 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기준 검체검사(192%)와 영상진단(169%)은 비용 대비 수익이 매우 높은 반면 기본진료(63%)나 물리치료(33%) 등은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 9800여개 수가 중 약 6000개의 의과 수가를 검토해 과보상된 검사 분야의 수가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중증·응급 수술, 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보상 강화와 진찰·입원 등 저보상 기본진료로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간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검체검사 위·수탁 시장도 정비된다. 기존의 '위탁검사관리료(10%)'를 폐지하는 대신 위·수탁 기관별 역할을 반영한 수가를 신설한다. 특히 현장에서 만연했던 검사료 할인 관행을 막기 위해 청구·지급 방식을 개선하고, 환자 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및 재수탁 제한 규정을 마련해 검사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폐지되는 관리료 재원 약 2400억원은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의 수가 인상에 활용되며, 환자 안전을 위해 수탁기관의 인증 기준 개선 및 사고 보고 의무화 등 질 관리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이같은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은 내년도 상반기 고시 개정을 추진하되, 상대가치 상시조정 시기에 맞춰 시행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및 포괄2차 종합병원은 지난 10월 비상진료체계가 해제되면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이 본수가로 전환된 것에 맞춰 해당 수가와 법정 본인부담을 적용한다. 배후진료를 위한 응급·중증수술 가산은 본수가로 전환된 권역·전문응급·권역외상센터의 경우 150% 가산을 유지하고 법정 본인부담을 적용하며,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기관까지도 해당 수가의 150% 가산 및 법정 본인부담을 적용한다.

키트루다주·듀피젠트주 환자 부담 대폭 낮춰

이날 건정심에선 '키트루다주(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듀피젠트주(성분명 두필루맙)'의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그간 비소세포폐암 등 4개 암종에만 적용됐던 키트루다주는 내년 1월1일부터 두경부암, 위암 등 9개 암종(17개 요법)에 추가로 급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환자의 1인당 연간 투약비용은 약 7302만원에서 365만원(단독요법, 본인부담 5% 적용 시)으로 대폭 감소한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주' 역시 중증 제2형 염증성 천식까지 급여가 확대돼 환자 부담이 연간 약 1588만원에서 476만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2025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올로파타딘염산염, 위령선-괄루근-하고초, 베포타스틴,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 주사제(0.5g/㎖) 등 4개 성분의 급여를 유지하되, 나머지 약제에 대해서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2026년 7월부터 5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시작되는 이 사업은 환자가 특정 의원에 등록하면 의사·간호사·영양사 등 '주치의 팀'이 예방부터 질환 관리, 방문 진료까지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기존의 진료 횟수당 비용을 지불하던 '행위별 수가'에서 벗어나 환자를 지속해서 관리한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통합수가'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초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 인구·질병 구조 변화 속에서 지역사회 주치의 팀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체계 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환자와 의료기관이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일차의료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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