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신지애는 '노력의 아이콘'이다. 엄청난 훈련량을 자랑한다. 전지훈련엔 더 많은 땀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신지애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의류 후원사 매드캐토스 플래그십스토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1월 4일 호주 멜버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멜버른은 해가 길다"며 "오후 9시까지도 연습을 할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숙소도 골프장에 마련했다. 신지애는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9시까지 운동하는 일정"이라면서 "밥 먹는 시간을 빼곤 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설날(내년 2월 17일)이 지난 뒤 귀국하는 일정이다. 3월 첫째 주에 열리는 일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전설' 신지애는 내년에도 변함 없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노우래 기자
멜버른에서 한국프로골프(K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선수 8명과 함께 한 달여의 담금질에 나선다. 그는 "오롯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고 감각을 올리며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라 전지훈련을 좋아한다"면서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투어 선수들과 함께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바로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KLPGA 투어(21승)와 JLPGA 투어(29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11승), 레이디스 유러피안 투어(6승) 등에서 통산 66승을 수확했다. 현재 J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지난 5월엔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을 제패해 JLPGA 투어 통산 29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22개 대회에 나서 10차례 톱 10에 오르며 J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14억5963만엔)에 올랐다. 한국 돈으로 약 138억원을 벌었다.
신지애가 지난 5월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JLPGA 제공
신지애는 올해 준수해 보이는 시즌을 보냈지만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1승을 일찍 이룬 덕분에 편하게 갈 수도 있었는데 힘든 한 해였다"는 그는 "여름에 힘들다가 가을에 마무리할 때쯤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막판에 우승하며 끝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름에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원래 경기하며 잘되지 않아도 회복하고 빠져나오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뭔가 빠져들어 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계훈련부터 살롱파스컵 하나만 바라보면 준비했는데,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니 자만심이 생긴 것 같다"며 "과정을 놓치고 결과만 바라보며 결과만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반성했다.
신지애는 엄청난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FP연합뉴스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 차다. 운동과 휴식을 조절하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했다. 1988년생,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선 "매년 '골프에 미치자'고 다짐한다. 은퇴 생각도 아직은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은퇴하는 친구들이 늘면서 저도 은퇴에 대한 그림이 좀 생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안 생긴다. 현역으로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을 좋아하는 중"이라면서 "그런 열정이 있으니 좀 더 남아서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신지애는 당분간 일본 여자골프의 강세를 전망했다. 일본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7승을 합작했다. 올해 최다승 국가다. 루키 야마시타 미유(2승)는 신인상을 받았고, 이와이 지사토, 이와이 아키에, 다케다 리오, 사이고 마오, 하타오카 나사(이상 1승)도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골프가 강해진 것에 대해선 "일본 선수들은 도전 의식이 강하다. 일본의 편한 여건을 포기하고 미국에 도전하는 것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후배들에겐 쓴소리를 남겼다. "한국 선수들은 국내 투어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큰 꿈을 꾸면서 큰 무대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신지애는 JLPGA 투어에서 빨리 1승을 올려 통산 30승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노우래 기자
신지애는 JLPGA 투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1승만을 남겨 두고 있다. 내년 목표로는 우선 '1승'을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만큼 꼭 이루고 싶은데, 부담감을 떨어뜨리면 좀 더 편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1승을 빨리하고 더 많은 우승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2026시즌 초반 계획도 공개했다. "일본 투어가 보통 3월 첫 주에 시작하니 거기 맞춰서 준비할 것"이라면서 "디펜딩 챔피언인 호주여자오픈의 시기가 3월로 미뤄져 일본 투어 개막 이후가 됐다. 어느 쪽이 나을지 고민하며 호주골프협회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엔 스태프의 변동이 있다. 캐디도 바꿀 계획이다. 신지애는 "내년엔 든든한 팀이 생긴다. 끝까지 좋은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작년 12월 ISPS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직후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