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0월14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2025.10.14 김현민 기자
홈플러스 매각 절차 난항을 겪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인수자 찾기가 지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직무대리 부장 김봉진)는 전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일 홈플러스 대표이자 회생절차 관리인을 맡고 있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같은 혐의로 소환해 조사한 지 일주일만이다.
검찰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것을 알고도 대규모 단기채권을 발행하고 판매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기업 회생 신청까지 계획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고의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손실을 떠넘기려 했다고 보고 있다.
MBK 수장들의 사법 리스크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인의 비리나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법원은 해당 관리인의 선임을 취소하거나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적절한 회생 절차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회생절차 자체를 폐지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돌입하기 때문에 법원이 나서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론 부담에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겠지만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사법 리스크까지 쌓이면서 홈플러스 매각은 더욱 지난해질 전망이다. MBK 측은 홈플러스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를 찾았지만 아무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며 여러 차례 불발됐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2차 매각 잠정 시한은 회생계획안 제출일인 이달 29일까지로 잡았다. 현 상황에서 추가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홈플러스 측이 회생절차 연기를 요청하면서 매각 과정이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회생절차는 최장 1년6개월까지 진행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시기가 지난 3월4일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9월까지도 매각이 미뤄질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들과 채권단에게 넘어간다. 납품업체들은 회생절차 개시 후 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판매 물량이 감소해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직원들도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투자금이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자금이 묶이며 기회비용이 막대히 불어난다.
현재 홈플러스 상황으로는 매각 성사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만 3141억원으로 미납 세금도 900억원대에 이른다. 회생채권 규모 2조6691억원 이상 금액에 매각되더라도 사업 정상화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의 고민이 가장 깊어질 전망이다. 메리츠금융(증권·화재·캐피탈)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약 1조2166억원을 대출했다. 지난 5월까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561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 받을 돈이 1조원가량 남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수순을 밟으면서 MBK가 여론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짤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기존 MBK 지분을 소각하고 부채를 일부 탕감한 뒤 지분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정부와 정책금융이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점진적 구조조정을 펼치면 전면 폐점, 대량해고 가능성도 줄어든다. 홈플러스 구성원 입장에서도 상대할 주체가 정부가 되면서 협상력이 커지고, MBK는 비판의 중심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