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내년 美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내년 근원 CPI 3.5% 가능성
주거비·임금 등 영향
관세 영향, 내년 2분기 정점

"2026년을 향해가는 현재,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lite)'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캐나다 로열뱅크(RBC)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below-trend growth) 속에서도 우려스러울 만큼 높은 물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2026년 내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가 대부분의 기간 전년 대비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라이트'한 형태라 해도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러한 경제환경에서는 성장이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높게 유지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기 어렵다.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RBC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시한 첫 번째 근거는 높은 주거비다. 재화와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는 최근 전년 대비 약 3.5% 상승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임금, 주거비 등 쉽게 떨어지지 않는 물가 요소로 구성된다. 이 물가가 뛴다는 건 물가를 끌어올리는 고정적인 요인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물가가 구조적으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지난 5년간 이미 크게 뛰었고,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도시 평균 주거비를 반영하는 주거비 추정치(OER) 역시 9월 기준 전년 대비 3.7% 올랐다.

RBC는 "OER은 집주인이 자신에게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가정한 개념으로, 이는 근원 CPI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가한다"며 "OER이 2026년에 물가를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요인은 고착화된 임금 상승이다. 9월 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는 지난 40년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물가의 구조적 상승 압력은 주로 임금에서 비롯된다. RBC는 "임금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 한,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가 의미 있게 낮아지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화 물가도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화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올라 9월 연율 1.8%를 기록했다. RBC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공급망과 수요가 정상화하면 재화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이미 예상해 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상호관세가 재화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RBC는 상호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기존 견해를 재확인하며 "관세 효과가 아직 소비재 가격에 완전히 전가되지 않았고, 관세의 가격 전가 효과는 내년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RBC는 과도한 정부지출이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정부 지출은 경기 부양 효과가 있지만, 공공부문 지출 확대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중기적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 비중이 커질수록 민간보다 생산성이 낮은 영역이 확대되고, 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을 유도해 민간 투자까지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RBC는 아울러 막대한 정부부채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부채 확대는 재정지출과 이자비용 증가를 초래해 물가 압력을 키우고,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민간 투자 위축 등 여러 경로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누적 약 21조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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