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카운티 내 도시 갤트 시의회에서 새로 당선된 시의원 2명이 선서했다. 그중 한 명인 매튜 프래튼(공화당) 시의원은 결선 투표 끝에 가까스로 당선된 인물이었다. 그는 결선 투표에서 길이가 좀 더 긴 빨대를 뽑았다는 이유로 승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갤트에서 진행된 시의원 선거 스토리를 기사로 보도했다. 갤트는 새크라멘토 남쪽에 있는 인구 약 2만6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이 지역에서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지난달 5일 시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총 5석인 시의회 의석 중 2석을 놓고 3명의 후보가 출마, 끝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렇게 치러진 시의원 선거 결과는 캘리포니아의 투표용지 개표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한 달이 흐른 이달 초에야 나왔다. 투표 결과 1위는 5800표 이상을 얻은 팀 리드로 확정됐다. 하지만 2위를 놓고 프래튼 후보와 보니 로드리게스 후보가 각각 3882표씩 동일한 표를 받게 됐다. 개표 초기 로드리게스 후보가 뒤처지는 듯 보였으나 최종 개표 결과를 확정하는 시점에는 완전히 표 수가 동일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두 후보는 물론이고 시 선거 당국도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NYT는 "프래튼 후보의 경우 본인에게 우편 투표하려 했으나 하지 못했다고 한 누군가를 떠올렸고, 로드리게스 후보는 유세를 다니며 두드리지 않았던 유권자의 집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 무렵 시 당국의 서기로 일하는 티나 휴버트가 올해 봄 시의회에서 어떤 선거가 치러지든 동률이 나오는 경우에는 빨대 뽑기로 최종 결정하자고 결의한 사실을 떠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실제 선거에서 완전한 동률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 이를 어떻게 실시할지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는 3달러(약 5000원)에 빨대 한 팩을 구매해 중립을 의미하는 색인 녹색 빨대 3개를 골라 길이를 다르게 했고, 긴 빨대를 뽑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빨대 뽑기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시의회 회의실에서 카메라를 설치한 상태로 지역 경찰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두 후보가 서로 먼저 뽑으라고 짧게 실랑이를 벌인 끝에 프래튼 후보가 먼저 빨대를 뽑았고, 결국 긴 빨대를 뽑아 승리를 확정 지었다. 로드리게스 후보는 "더 민주적인 해결책은 특별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라면서도 비용·시간 측면을 감안할 때 빨대 뽑기 방식에 대해서도 신뢰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특별 선거를 실시할 경우 투입되는 비용인 최소 1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휴버트 시 관계자는 한 언론에 "특별 선거를 치르면 우리처럼 작은 도시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시민들이 그 비용을 세금으로 치르게끔 하는 대신 빨대 뽑기로 결선 투표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