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의 뷰포인트]세계가 놀란 시리아 정권 붕괴, 안갯속 중동정세

러시아·이란 지원 받지 못해
내전 13년만에 정부군 무너져
이스라엘, 시라아 영토 병합
튀르키예도 영향력 확대 나서

지난 8일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것이다. 반군이 시리아 북서부에서 대규모 공세를 시작한 지 불과 12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 13년 만이다. 1971년에 하페즈 알 아사드가 시리아에 정권을 세운 후 그의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3년간 정권이 유지됐다. 하지만 시리아는 항상 분열과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반정부 세력의 주축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는 2012년에 '알누스라 전선'이란 이름으로 창설되었다. 미국은 이 조직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를 국제 테러범으로 지정하고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반군의 거점은 튀르키예와 접한 알레포와 이들립인데, 이 지역에는 HTS 뿐만 아니라 다른 반군 세력도 있었다. 튀르키예가 2022년부터 HTS 조직원의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튀르키예는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수립을 저지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거점을 둔 쿠르드 세력 시리아 민주군을 격퇴할 목적으로 HTS를 지원했다.

내전 초기 반군을 몰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란 지원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리아에 있는 이란 군 지휘관들이 제거됐으며, 친정부 민병대의 보급선도 약화 됐다. 시리아에 우호적인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집중력이 분산된 상태였다. 결국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내부적으로 허술했던 시리아 정부군이 쉽게 무너졌다.

지난 17일 골란고원에 합병된 시리아 영토 헤르몬산을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앞줄 왼쪽). AP·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로서는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숙적 이란과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아사드 대통령을 타도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었다.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헤즈볼라와 가자 지구의 하마스 보급선은 끊겼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가 무너지자 골란고원에서 14km 떨어진 시리아 영토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국내의 이란계 무장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시리아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시리아 정부 붕괴 후 영토 확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시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도 자국의 국익을 위해 분주하다. 시리아 정권이 붕괴하자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북서부를 지배하는 쿠르드 세력의 시리아 민주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또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지역을 신오스만주의를 내세우며 병합하거나 사실상 지배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경까지 영향력을 넓히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현재 이란은 자신들이 '저항의 축'이라고 불렸던 네트워크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헤즈볼라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알 아사드 정권은 축출됐다. 세력이 약화한 이란은 마지막 방어선으로 핵폭탄 개발을 서두를 것이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란과 새로운 핵협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2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어느 때 보다 핵 보유에 가까워진 이란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리아 사태의 전개 방향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HTS는 시리아의 통합을 약속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다양한 시리아 무장 세력 간의 파워경쟁은 광범위한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오스만 제국의 붕괴 이후 중동지역은 갈기갈기 찢겨 아직도 안정된 국민국가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내부의 분열과 외부의 힘들이 복잡하게 뒤엉킨 시리아는 중동의 또 다른 화약고가 될지도 모른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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