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올해 연간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예약'했다. 내수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등의 영향으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전년(1조3421억원) 대비 81.1% 증가한 2조4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KB금융은 전년 대비 220.1% 늘어난 6768억원, 신한금융은 27.5% 증가한 7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하나금융은 35.1% 늘어난 6212억원, 우리금융은 319.4% 확대된 39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유지되면서 4대 금융은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전년(15조1367억원) 대비 11.8% 증가한 16조9245억원으로 약 1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존 최대치인 2022년(15조650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리 하락기에 돌입했음에도 금융지주회사들이 표정 관리에 나설 정도로 실적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론 확대된 예대금리차가 꼽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7월 0.43%포인트에서 10월 1.04%포인트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당국이 연중 지속된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가계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권은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진 까닭이다. 이외엔 지난해 4분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설정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렇듯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설상가상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및 탄핵사태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상생금융 압박도 본격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미 당국과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상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연체 전이라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차주를 위해선 맞춤형 채무조정을 마련할 계획이며,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선 '저금리 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기 의지가 있고 경쟁력 제고 가능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사업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상생 보증·대출'을 보증기관과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열린 소상공인·지역 상권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보다 지속가능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은행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금융당국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