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나라가 잘돼야 하는데…그저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직면한 대통령실에는 적막과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표결을 앞두고 탄핵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국회 상황과 달리 대통령실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간혹 대통령실을 오가는 참모진들의 한숨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의에 "오늘 공식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 국민 불안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할 계획이 구체화됐으나, 국회 탄핵안 표결 전 되레 부정적 여론만 키울 수 있다는 참모진들의 만류에 담화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은 헌법 틀 안에서 엄격하게 이뤄졌다"는 윤 대통령 의중이 확고한 만큼 표결 직전 담화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고위 참모진 사이에서는 "비상계엄을 알지도 못했고, 말리지도 못했다"는 자괴감마저 감돈다. 전날 오전 긴급히 마련된 브리핑에서 어두운 표정의 정진석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사의 수용과 후속 인사만 발표하고 뒷문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공식 일정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잡은 오찬, 만찬 약속을 줄줄이 취소하며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연말에 이어 신년까지 꽉 찼던 스케줄표는 공란으로 남았다.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외부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구내식당이 북적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을 모른다.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아예 말을 안 하는 게 낫다"며 입을 닫았다.
대통령실로 파견된 공무원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하다. 탄핵 결과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망연자실 분위기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