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LG그룹이 21일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날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LG그룹은 매년 10월부터 한 달간 계열사별로 사업 보고회를 진행한 뒤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부터 한 달간 주요 계열사의 사업 보고를 받고 있다.
올해는 큰 폭의 사장단 교체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김동명 사장이, LG이노텍에는 문혁수 대표가 선임됐다. 그간 LG그룹에서 취임 1년 만에 바뀐 CEO는 없었다.
대표이사급 중에서 내달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은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이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유임 여부가 결정된다.
전임 권영수 전 부회장은 4년, 하현회 전 부회장은 3년, 조준호 전 사장은 4년간 ㈜LG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전례를 보면 권 부회장이 1년가량은 자리를 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6년 전 구광모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사로 역대 부회장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 부문 일부 가동 중지, 비주력 사업 정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전에서 AI, 플랫폼, 기업 간 거래(B2B) 등으로 다각화한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현재 LG그룹 내 '부회장 그룹'은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 두 사람뿐이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은 용퇴했거나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22년 1월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해 부회장 승진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있으나 올해 업황 둔화에도 호실적을 거둔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2016년 말 정기인사에서 사장단에 합류해 CEO 재직기간만 8년에 달한다. 그는 2019년부터 LG이노텍을 이끌며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2021년 2022년)의 성과를 거두는 등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작년 말 인사에선 적자의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에 낙점됐다.
LG 각 계열사의 해외 대관 임원들의 승진 혹은 외부 영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대미(對美) 사업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LG그룹은 인사를 마친 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수요 위축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수익성 확보 방안에 대한 전략을 세울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