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열풍 이곳까지 왔다…게시물 100만개 넘어선 '詩스타그램'[청춘보고서]

간결하고 감각적인 시구절
'숏폼' 익숙한 젊은층에 인기
젊은층 시집 사랑에 판매량도 증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가운데 젊은층 사이에선 시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분 안팎의 '숏폼(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1020세대에게 시의 간결하고 감각적인 언어가 색다른 감성으로 와닿은 셈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 문학을 젊은층이 쉽게 향유하고 공유하면서 시집 판매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시스타그램' 관련 게시물 104만개…직접 시 쓰는 이들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독서 인증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시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04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올 정도다. 누리꾼들은 감명받은 시구절이나 자신이 직접 쓴 시를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시집을 완독하는 것에서 만족했으나, 현재는 나아가 자신이 읽은 시집을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집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시를 향유하는 모습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구매했다고 밝힌 직장인 김모씨(29)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만 보다가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시집을 구매하게 됐다"며 "내용이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시 한편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할 수 있어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어 "순서 상관없이 아무 장이나 펼쳐서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좋은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집을 향한 젊은 독자들의 애정은 대형 서점의 판매율 집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체 시집 구매자 중 20대가 26.5%, 30대가 20.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예스24 또한 10대 독자에게 팔린 시집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24.1%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는 중년층 이상에서 주로 소비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셈이다.

한강 노벨상에 독서 열풍…시집 인기 한동안 이어질 듯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인스타그램

이 가운데 젊은 시인들의 활발한 활동도 1020세대 독자 유입에 기여했다. 박준·글배우 등 젊은 언어적 감수성을 지닌 시인들의 시구절이 SNS를 통해 화제 되면서 젊은층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박준 시인의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으며, 글배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7만명에 달할 정도다.

SNS를 통해 시를 타인에게 공유하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시 자체에 대한 젊은층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를 젊은층이 쉽게 향유하고 공유하면서 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한편 시집에 대한 젊은층의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스24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0~16일까지 한강 작가의 도서를 제외한 국내 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3% 급등했다. CJ대한통운 또한 지난달 배송한 도서 물량이 박스 기준으로 지난해 10월보다 27.3% 증가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10월은 전통적으로 도서 물류 비수기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도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물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