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잔혹사라 불릴 정도로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도부가 자주 바뀌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혼란의 이면에는 대통령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대선 승리 당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 김기현 원내대표 체제였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조기에 퇴임한 뒤 의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이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했지만, 급격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2022년 7월 8일 당 윤리위원회는 과거 성접대 의혹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으로 이준석 당시 대표에 대해 당원권을 정지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최고위원들의 연쇄 사퇴, 법정 공방 등을 거친 끝에 지도부는 해체됐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윤 대통령과 이 의원 사이의 불편한 관계에서 촉발된 것으로 본다. 특히 이 의원이 의욕적으로 혁신위원회 등을 구성해 총선 공천 개혁 등에 나선 것이 갈등을 전면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국민의힘은 직무대행 등 한 달 짜리 지도부가 이어진 끝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김기현 대표 체제를 들어섰다. 하지만 전당대회 전후로 당무개입 논란이 숱하게 불거졌다. 유력당권주자로 꼽혔던 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헌 당규 개정을 통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없애는 방식으로 게임의 룰이 바뀐 게 주요 이유였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의원도 내홍을 겪다 출마를 포기했다.
총선을 책임지기로 했던 김기현 전 대표도 불과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총력전으로 치러졌던 서울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패한 뒤, 당 혁신위원회로부터 총선 불출마 요구 등을 받은 끝에, 지난해 12월 12일 당대표에서 사퇴했다. 이후 윤재옥 당시 원내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선거를 치렀지만, 참패했다. 이후 정치일선에서 물러서 있던 황우여 전 대표가 노마식도(老馬識道,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의 사자성어)를 내세우며 비대위원장을 맡아 수습에 나섰다.
또 다시 전당대회를 치른 끝에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를 새 선장으로 선택했다. 친윤을 내세웠던 이전 지도부와 달리 한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부터 제3자 추천을 전제로 한 채상병특검법을 언급하는 등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나섰다. 이후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있어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도체제와 별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대통령 지지율 등이 급락하면서 한동훈 대표에 가까운 의원들이 일종의 세를 이뤄, 친한계가 구축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난 다음날 현역 의원 21명 등 이른바 친한계 인사들과 만찬을 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으로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지면서, 한 대표의 당내 세력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