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기자
체코 경쟁당국이 한국과 원전 계약을 일시 보류 조치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인 체코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조치와 별개로 협상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체코 경쟁당국의 조치는 경쟁사의 이의 제기에 따른 행정조치일 뿐이며 그 자체가 계약의 위법성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코 경쟁당국의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협상 및 계약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체코 경쟁보호청(UOHS)은 최근 체코 전력 공사와 한수원 간의 두코바니 원전 계약에 대해 일시 보류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 체코경쟁보호청 대변인은 현지 뉴스통신사인 CTK에 "프랑스전력공사(EDF) 및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에 근거해 예비적 조치를 취했다"며 "입찰을 통해 새로운 원전 건설 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곧 원전 계약 체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체코 경쟁당국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어떻게 결정될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안이 아직 법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고 행정적 절차를 훼손할 위험이 있을 때 취하는 표준 절차"라고 설명했다.
즉 경쟁사들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에서 이미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경쟁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사전적 조치로 계약 체결을 일시 보류시킨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7월 체코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뒤 입찰에서 우리와 경쟁했던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체코 경쟁당국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각각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원전 기업인 만큼 체코 정부 입장에서 이들의 이의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따라 체코와 한수원은 입찰의 적법 여부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다. 체코 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체코전력공사 측은 "프로젝트의 복잡성때문에 법에 규정된 60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체코전력공사와 한수원은 체코 경쟁당국의 계약 보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체코전력공사 측은 "이번 조치가 협상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5년 3월까지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또한 입찰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도 "체코 경쟁보호청이 입찰 참가자인 경쟁사로부터 진정을 접수했기 때문에 관련 표준절차에 따라서 예비조치를 한 것으로 향후 체코 경쟁보호청이 경쟁사의 진정 검토 결과를 어떻게 결정할지와는 무관하다"며 "예비 조치 명령과 무관하게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2025년 3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또한 체코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체코 측과도 긴밀히 소통·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