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떠나는데 왜 안나가' 쏟아진 질문에…WP 칼럼니스트가 한말

美 워싱턴포스트, 특정 대선 후보 지지 안 해
36년 만에 내린 결정…"트럼프에 굴복" 반발
직원·독자 이탈…"남아서 끝까지 문 두드려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싣지 않기로 결정하자 칼럼니스트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뒤숭숭한 상황에 놓인 가운데, 한 칼럼니스트가 사임하지 않는 심경을 밝혔다.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는 WP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한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후 독자들로부터 이메일과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칼럼은 좋아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라, 그렇지 않으면 구독을 취소하겠다", "사임 안 하는 것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묵묵히 지지하는 것과 같다", "WP는 독재자의 심복으로 전락했다", "사임하지 않으면 사실상 히틀러를 지지하는 셈이다" 등의 비난이었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사옥을 사람들이 지나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실제로 WP의 방침은 독자들에게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미국 공영 방송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 따르면 28일 정오까지 WP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 20만명이 구독을 취소했다. 이탈 이전 WP의 구독자 수는 250만명으로, 약 8%에 달하는 유료 구독 수입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WP의 전 편집자인 마르커스 브라우츠리는 "엄청난 숫자"라고 지적했다.

WP는 구독자 이탈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NPR은 "매체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막은 뒤 이뤄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WP는 "논설실장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썼으나, 사주인 베이조스가 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로버트 케이건 WP 총괄편집인은 해당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매체 온라인판에는 직원들의 반발 성명이 최다 조회 수 기사에 기록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밀뱅크는 "독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대선 단 11일 전 이뤄진 베이조스의 결정은 사업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야심 찬 독재자 앞에서 움츠러든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WP의 해당 결정 전 베이조스의 항공우주 회사인 블루 오리진의 임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베이조스 측은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밀뱅크는 "WP 구독을 해지하고 신문을 보이콧하는 것은 베이조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의 재산은 WP 구독자가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회원과 홀 푸드 쇼핑객에게서 나온다"며 "WP를 소유하고 지원하는 것은 그에게는 단지 푼돈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독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베이조스에게 일격을 가하고 싶다면, 앞으로 8일간 문을 두드리고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이 더 많은 성취"라며 "구독 취소가 많을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좋은 저널리즘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이 (펜에서) 손을 떼라는 명령을 받거나, 민감한 기사를 취소하거나, 직무 수행을 이유로 해고된다면 자신과 동료들이 독자들에게 구독을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집단 사임할 것"이라며 "더는 진실을 보도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다른 일을 찾을 순간이 될 것이며 그때까지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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