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11·5 미국 대선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여론조사는 여전히 1%포인트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폭 우위로 확인된다. 다만 이러한 우위 또한 1%포인트 내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우세한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불리는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48% 대 48% 동률을 기록 중이다. 결국 소수의 '샤이' 세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초박빙 구도로 인해 올해 대선 다음날에도 당선인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대선 일주일 전인 29일(현지시간) 새벽 업데이트된 의회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 평균치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8.6%로 트럼프 전 대통령(47.9%)을 소폭 앞서고 있다. 이는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302개를 취합한 결과로, 오차범위 내인 0.7%포인트 격차에 불과해 이번 대선 결과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적으로 가장 최근 공개된 TIPP 인사이트 조사(10월26~28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48% 동률을 기록했다. 전날 동일 조사에서도 같은 수준이었다. 지난 24~26일 실시된 유고브-CBS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1%포인트 우위를 나타냈고, 비슷한 시기 민주주의연구소 여론조사(10월23~25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로 해리스 부통령(47%)을 3%포인트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이달 들어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9월 말만 해도 4%포인트 안팎까지 벌어졌던 격차도 재차 좁혀졌다. 더힐은 경선 막바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새벽 업데이트한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접전을 나타냈다. NYT는 "대선까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가 좁혀지기 시작했다"면서도 "주요 경합주는 여전히 치열하다. 7개 경합주에서 실질적 우위를 점한 후보는 없다"고 진단했다.
NYT가 취합한 경합주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에서 각각 1%포인트, 애리조나에서 2%포인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에서 1%포인트 우세하다. 무려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해 '필승 지역'으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48% 대 48% 동률(tied)이다. 네바다, 위스콘신에서도 동률 수준의 접전(even)이 확인된다. 선거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538)이 취합한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세 경합주의 판세는 동일하게 접전(even)으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우위는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위스콘신주는 동률이었다.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수는 펜실베이니아 19명, 노스캐롤라이나 16명, 조지아 16명, 미시간 15명, 애리조나 11명, 위스콘신 10명, 네바다 6명 등이다. 미국 대선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구조로, 이들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은 총 93명이다.
현지 언론들은 결국 '샤이 트럼프', '샤이 해리스'의 표심이 올해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잡아내지 못했던 부분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국 득표에서 승리하고도, 선거인단에서 뒤지며 패배했다. 최근 민주당 집토끼인 흑인, 라틴계의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이탈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민주당 강세지역인 블루월마저 샤이 트럼프가 휩쓸지, 사전 투표에서 이른바 '레드 미라지(공화당 신기루)'가 확인될지 등에 눈길이 쏠린다.
NYT는 앞서 2016년과 2020년 대선 여론조사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소평가했고, 2012년에는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미 대선에서 전국 단위 여론조사의 경우 평균 2.3%포인트 오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에서는 2000년 이후 평균 3.1%포인트의 오차가 확인됐다. CNN 정치데이터 전문 기자인 해리 엔텐은 "1972년 이후 주요 경합주에서 여론조사의 평균 오차는 3.4%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직전 대선이 치러졌던 2020년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기는 했으나, 실제 격차는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예상보다 크게 줄었었다. 당시 선거 직전 나온 538의 분석을 살펴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8.4%포인트 우위를 나타냈으나 결과는 4.5%포인트 차 승리였다. 통상 민주당이 일반 투표에서 우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거인단 선거에서 간신히 이길 수 있는 수준의 우위였다는 평가다. 직후 미국여론조사협회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3.9%포인트 과대 평가된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후에도 조사 기법이 바뀌었음을 고려할 때 여론조사들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 결과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초박빙 판세로 인해 대선 당선인을 확정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의 경우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선거일 당일 밤 11시반을 넘겨 승리 선언 보도가 나왔다. 2016년 대선에는 선거 다음날 새벽에, 2020년 대선에는 나흘 뒤인 11월7일 오전에야 가능했다. 각 주별로 우편투표 개표방식이 제각각인데, 올해의 경우 초박빙 구도로 인해 쉽게 당선인 윤곽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승자와 패자 간 득표 차가 0.5%포인트 이내일 경우 자동으로 전체 재검표가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