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환율 급등 우려된다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미국이 금리를 0.5%포인트 큰 폭으로 인하하면 원화 환율은 1200원 후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1000원대에 있던 환율이 1400원대까지 상승한 것이 순전히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환율은 1380원을 넘어서고 있다. 환율급등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선 환율상승은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재발시키고 고금리로 내수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이전에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도 주목하고 있었지만 환율상승을 경계하고 있었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 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재발로 금리 인하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는 이자 부담을 늘려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내수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금융부실 또한 확산시킬 수 있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자본유출도 우려된다. 환율상승이 수출을 늘리는 이득은 있지만 그 손실이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과 같은 고환율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 호황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은 신기술이 개발되고 신산업이 육성되는 산업혁명의 시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발달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바이오, 드론 등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있고, 미국이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상당 기간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나 카멀라 해리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국내 제조업 생산을 강력히 지원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 호황과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서 달러 강세 전망 때문에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불안정한 세계 지정학적 요인과 한국 경제의 어려운 상황도 고환율의 요인이다. 중동사태는 최근 하마스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도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 또한 한반도 정세를 불안케 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 수요를 늘리고 환율을 높이고 있다.

환율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율을 내리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늘릴 경우 이미 크게 줄어든 외환보유액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 외환 당국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해야 하지만 환율을 과도하게 내리기 위한 개입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신 환율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유통물류체제를 디지털화해 거래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농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내수를 적극적으로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 내수 회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고 교통인프라가 구축된 주택공급을 늘려 내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 신산업정책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비전을 밝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환율급등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반도체 특수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만 보고 안심하다가 한국 경제는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지금은 정책당국의 신중한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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