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 美옐런 '관세, 매우 잘못된 정책...물가 높일 것'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공약을 겨냥해 "타깃이 없는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가정의 물가를 올리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행사에 참석해 "우방이나 경쟁국 모두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거래 파트너로 취급해 미국을 (세계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deeply misguided)"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집권 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전 시카고 행사에서도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은 "만약 미국이 혼자라면, 우리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것처럼 미국의 경제 및 안보적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공급망 붕괴, 기후 변화 및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비, 중국의 과잉생산 등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문제 역시 우리가 기존의 오래된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대중국 무역 및 투자를 중단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도 반드시 공정한 무역 경쟁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투자는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으며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면서 "다만 보다 '공평한 경쟁의 장'에 기반한, 건강한 경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의 시장 진입 장벽과 불공정 무역 관행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는 물론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 다른 외국 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책이 핵심 산업에서의 과잉 생산으로 이어져미 미국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고 공급망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경제 회복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옐런 장관의 고율 관세 비판 발언은 오는 11월 대선을 3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나와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옐런 장관이 평소 정치적 발언을 삼가왔지만, 오랜기간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세금'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연설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NYT는 "트럼프 2기가 집권가 집권할 경우, 그간 동맹국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해온 그녀의 노력을 무너뜨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트럼프는 전면적인 관세 정책으로 접근방식을 바꾸겠다고 위협했고,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동맹국들로부터 당했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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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옐런 장관은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등을 타깃으로 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조치는 옹호했다. 그는 "이는 전략적이고 목표를 특정한 조치"라며 "EU나 신흥 시장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처럼 국제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견고하며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상당하게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가정을 위해 물가를 낮추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면서 "불평등을 감소하는 동시에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현대 공급 측면의 경제학'이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편적 관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일부만 시행되더라도 전 세계에서 트럼프 집권 1기때보다 파괴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공약이 가격 인상은 물론, 세계 각국과의 무역갈등을 촉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저가 중국산 전자제품, 남미 및 캐나다산 식품, 인도 및 멕시코산 의약품 등 소비자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제품만 연간 1조달러 이상 수입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보복 관세 촉발 시 인플레이션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주요 기업들 역시 해외 자회사, 소매 기업에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모든 국가 수입품에 최대 20% 보편적 관세, 중국산 제품에 60% 고율 관세,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10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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