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르신 말벗 '손주' 로봇, 지하철 창엔 투명스크린… '약자 돕는 기술' 모였다

10일 코엑스서 '스마트라이프위크' 개막
돌봄 로봇부터 보행보조 로봇까지 다양
오세훈 "약자와의 동행, 스마트도시 갈 길"

"할머니 약 먹을 시간이에요~"

마치 어린이 인형처럼 생긴 로봇 '효순이'를 품에 안자 '약 복용 시간'을 알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손자, 손녀가 조부모에게 애교스럽게 이르는 듯한 말투였다. 효순이와 '리쿠'는 어르신 말벗이 되어주는 돌봄 로봇으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에 탄생한 '미래형 돌봄'의 일환이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에 전시된 돌봄로봇 리쿠(왼쪽)과 효순이./사진=김영원 기자

10일 오후 147개 기업이 모여 혁신기술을 선보이는 '스마트라이프위크(SLW)'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전시관에는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몰려 바글거렸다. 시민 및 기업 관계자들은 약자를 돕는 로봇과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하며 현장을 즐겼다.

보행약자·시민안전 '기술'이 돕는다

'실시간 도시'를 체험하는 공간에서는 영화 속 장면처럼 지하철 창문에 투명 스크린을 터치해 실시간으로 역 근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목적지가 되는 역을 터치하면 해당 역의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는지, 근처 날씨와 혼잡도는 어떤지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 기술을 보유한 화이트스캔 관계자는 "보행 약자의 경우 내리기 전 이런 정보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 전시관에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하철 투명스크린이 전시돼 있다./사진=김영원 기자

시민 안전과 보행 편리성을 위해 고안된 '스마트폴'도 전시관 한켠에 마련됐다. 한마디로 '똑똑한 가로등'이다. 서울시 '안심이' 앱 켜 휴대폰을 흔들면 신고가 접수되고, 인근 스마트폴의 조명이 신고자의 위치에 따라 점등과 소등을 반복했다.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GPS를 통해 (신고자를) 찾았지만, 오차 범위가 크다"며"신고자가 이동하는 대로 불빛이 깜빡여 경찰이 신고하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형태의 스마트폴은 5년 전부터 서울시를 중심으로 조금씩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전보다 편리하게…삶의 질 높이는 기술

다리 힘이 약한 고령자의 보행을 돕는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허리와 허벅지 등을 감싸는 형식의 KIST의 '문워크 옴니'를 직접 착용하니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추진력이 느껴졌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기기가 각도를 감지해 프레임이 다리를 같이 들어올려주고 내려주는 방식이다. 기기 무게는 2.9kg으로 착용 시 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KIST 관계자는 "걷는 데 힘이 드신 분들이 (기기를 착용해) 힘을 덜 들여도 잘 걷게 해서 일상으로 복귀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원에서 순찰과 재활용 수거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로봇도 있다. 현재 서울 양천구 내 공원에서 실증사업을 수행 중인 로봇 '개미'는 공원 내에서 주기적으로 이동하며 순찰 업무를 한다. 이때 내부에 장착된 재활용 수거함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벤치 등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멀리서 이동 중인 '개미'를 불러와 지니고 있던 쓰레기를 간편하게 처리 가능하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 전시관에 실외이동로봇 '개미'가 전시돼 있다./사진=김영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전시관을 둘러보며 근력보조 로봇을 비롯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등을 둘러보고 체험하기도 했다. 이번 SLW는 오 시장이 '한국판 CES'를 표방하며 개최한 첫 행사다. 그는 "기술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스마트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시민 입장에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약자와의 동행은 스마트도시가 가야 할 길이고 스마트도시이기에 갈 수 있는 길"이라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개막한 스마트라이프위크(SLW)에 참석해 전시 중인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사회부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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