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조충현기자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여성연구소는 ‘젠더와 이주: 낯선 곳에서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를 주제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2024년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와 함께하는 시민강좌’를 마련해 오는 11월 6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강좌는 젠더·다양성 전공자를 강사로 초빙한 연속강좌로, 11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서 진행된다.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11월 3일까지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을 받는다.
이 강좌는 연구시설 지원을 위한 PNU Startup-10 사업 지원을 받아 기획됐으며, 부산여성사회교육원의 ‘페미니즘 고전읽기’ 프로그램과 협업해 올해 5월에 이어 11월 다시 한번 공동으로 진행된다.
이번 시민강좌에서는 난민 문제와 한국인 여성의 이주에 주목한다.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난민 수는 6850만명에 달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란을 낳아 온 난민 문제가 2018년 6월 제주를 찾아온 예멘 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1992년 한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2012년엔 아시아 최초로 독립적인 난민법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난민은 한국인에겐 남의 나라 이슈였다. 이번 강좌에서는 이주의 시대, 한국이 난민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논의한다.
이번 시민강좌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철학과 역사학 전문가의 총 4개 강좌로 구성돼, 난민·전쟁과 디아스포라, 위안부, 페미니즘 등 다양한 사회·정치적 주제를 다뤄 연대와 공존을 추구하는 실천의 필요성을 논할 계획이다.
11월 6일 첫 강좌는 부산대 철학과 양창아 강사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9장을 중심으로 난민의 형상과 그 정치적 의미를 탐구한다. 아렌트는 1·2차 세계대전 시기의 대규모 난민 문제를 통해 서구 근대의 민족-국가 체제가 붕괴했음을 주장한다. 민족-국가는 구조적으로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인권 개념 자체도 난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난민은 기존 국가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국가 체제 구상을 요구하는 현대 정치의 중요한 형상으로 제시된다.
11월 13일 2강은 부산대 사학과 배혜정 교수가 그레이스 M. 조의 ‘전쟁 같은 맛’을 통해 전쟁신부의 디아스포라를 조명한다. 이 책은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 선원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어머니 ‘국자’의 생애를 딸이 회고하는 이야기다. 동시에 어머니가 앓게 된 조현병의 사회적 원인을 탐구하는 연구로, 가족 상실, 전쟁, 허기, 인종차별 속에서 생존한 한 여성의 이야기와 아메라시안(미국인과 아시아인 혼혈)으로서의 딸의 혼란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문제를 심도 있게 탐색한다.
11월 20일 3강은 부산시청 문화유산과 하여주 강사가 요시미 요시아키의 ‘일본군 군대 위안부’를 중심으로 전쟁에서 군대에 의해 성적으로 착취당한 ‘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은 일본의 한 양심적인 학자가 숨겨져 있던 공문서를 발굴해 군 위안부의 설치 배경, 과정, 운영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의 발원점이 된 책으로,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군 위안부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조직했는지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제국주의 일본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11월 27일 4강은 국립한국해양대 교양교육원 이안나 강사가 탈식민 페미니스트 이론가 찬드라 모한티의 ‘경계 없는 페미니즘’과 해당 주제에 대한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담긴 국지혜의 ‘난민과 여성혐오’를 함께 읽으며 페미니즘이 난민을 포함한 현대 사회적 의제에 어떻게 응답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고찰한다. 특히 2018년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논란, 난민(혐오)과 여성(인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충돌했던 페미니스트 진영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