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상황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발언이 나왔다.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향후 통화정책 관련 주요 현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이 100% 안정된 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내수 부분을 보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우리나라 상황이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며 연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이 다음 달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냐는 질문엔 "미국의 빅컷은 상당히 선제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한국은 지난 7월 정도에 금리를 인하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에는 (집값 등) 위험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상당히 후행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게 아니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내수 관점에선 (금리 인하 조치가) 후행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내수만을 보고 금리 인하를 하게 됐을 때 위험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수가 좋아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금리 인하가 내수엔 분명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얼마나 좋아질 것이냐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일각에서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데 대해선 "거시건전성 정책과 금리 정책이 꼭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엑셀을 밟는 것을 좋아하고 브레이크를 잘 안 밟는데, 누군가는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잡아줘야 하고 그 주체가 중앙은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한 것"이라며 "만약 중앙은행이 같이 엑셀을 밟으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이 대한민국 경제의 리스크 매니저로서 '엑셀로 옮겨가기엔 시기상조 아니냐’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 위험 요인의 약화가 가시화되면 저희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 위원은 주택시장과 외환시장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집값은 8월까지 오르다가 최근 들어 꺾이기 시작했지만 집값이 추세적으로 꺾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며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이후에도 오를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오르는 추세가 생겼을 때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의 경우 최근 들어 상승 모멘텀이 꺾였지만, 아주 최근이기 때문에 이것만 보고 (집값 상승 모멘텀이) 꺾였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는 2005년, 2015년 상승기와 유사해 주택 가격의 버블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주택가격이 한껏 올랐다가 꺾이면 모든 가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으니 좀 지켜보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경제주체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강력한 것"이라며 "현재 위험이 '주택'이라는 특정 부분에서 부각된 상태기 때문에 이 부분에 특화된 정책을 쓰고 이것저것 안 된다 싶을 때 금리정책을 쓰는 것이 순서적으로 맞는 게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월 이후 금통위는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고 아직도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금리 정책에서 주택이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일단은 브레이크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과 관련된 정책 당국들의 정책 여력, 정책 효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상승 추세이며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지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고 특히 2014년 이후 동조화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통화정책 수행 시 환율을 고려할 유인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외환보유액 규모, 대외차입여건 등을 고려하면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다"며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현시점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환율을 고려해야 할 유인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는 11월5일 있을 미국 대선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 시 관세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변동성 확대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