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전영주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경영안정성과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권고 기준에 미달한 저축은행에 유상증자와 위험가중자산 축소 계획을 요구하는 한편 건전성 지표가 미흡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선 강제 경영개선조치인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BIS 비율이 권고 기준에 미달한 상상인·상상인플러스·바로·라온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4곳에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7~8% 아래로 떨어지면 경영개선을 지도할 수 있다. 자산 1조원 미만 저축은행은 7% 이상으로, 자산 1조원 이상은 8% 이상으로 BIS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금감원은 여기에 3%포인트를 더해 권고 기준(10%, 11%)을 두고, BIS 비율이 권고 기준 밑으로 내려간 저축은행에 자본확충 방안, 유상증자 계획, 재무구조 관리 등을 담은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상인·상상인플러스·바로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각각 10.45%, 9.72%, 10.67%로 권고 기준인 11%를 밑돌았다. 자산 1조원 미만인 라온저축은행의 BIS 비율도 기준 9.01%로 권고 기준인 10%보다 낮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BIS 비율이 법정 기준 밑으로 떨어진 저축은행은 아직까지 없지만 권고 기준을 밑도는 곳에 대해 선제적인 지도에 나섰다”며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 위험가중자산 축소 등 BIS 비율 관리계획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자산건전성도 점검하고 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은 저축은행 중 지난 6월 3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들어갔고, 지난달 말에는 4곳을 대상으로 평가에 나섰다. 여기에는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물론 수도권 저축은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실태평가는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독 절차다. 평가 결과는 자산건전성·자본적정성·경영관리능력 등 각 항목을 1등급(우수)~5등급(위험)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해 도출한다.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4등급(취약) 이하라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을 수 있다.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경영실적 공시를 취합한 결과 연체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31곳으로 집계됐다. 안국(19.82%), 솔브레인(16.4%), 에스앤티(15.51%), 영진(14.92%), 동양(14.91%) 등 순이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를 넘는 저축은행은 총 8곳이었다. 솔브레인(43.11%), 안국(31.02%), 대백(24.16%), 에스앤티(24.1%), 대아(23.65%), 오성(22.2%) 등 순으로 높았다.
금융권 내에서는 적기시정조치로 경영개선권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부실 정도에 따라 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을 조치할 수 있다. 권고가 내려지면 부실자산을 처분하거나 자본금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요구는 영업점 폐쇄나 자회사 정리를, 명령은 영업정지나 인수합병(M&A)을 이행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출입기자 설명회에서 “지금 예상되는 조치는 (경영개선)권고”라며 “현행법에 따라 부실자산 처분이나 자본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경영개선계획을 받아들이면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지 않고 (저축은행이)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가) 한번에 바로 명령까지 가는 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보는 지난달 28일 저축은행 실적 브리핑에서 “(구조조정 관련) M&A 등 인위적 조치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안정성과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 금감원 검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 이익잉여금이 깎이며 자기자본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연체액을 줄이기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는데 기존에 쌓아둔 대손충당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해 처분손실이 생긴다면 역시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 79곳은 지난해 5999억원의 순손실에 이어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업계가 빠르게 경·공매를 추진해야 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우려(D등급) 사업장은 3조2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2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전성 지표도 하반기 들어 소폭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연 저축은행중앙회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설명회에서 “지난 7~8월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된 개인사업자나 PF 기업대출에서 연체율이 조금 올라간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