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오르면서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세 자릿수를 회복했다.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단지들이 경쟁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달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과 동작구 노량진동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부지를 재개발한 공공분양 단지를 비롯해 다음 달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등의 청약이 예정돼 있어 경쟁률은 고공 행진할 전망이다.
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0.66대 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기준 2464가구 모집에 34만6598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몰린 결과로, 3년 만에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연도별(1~12월)로 살펴보면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던 2021년 163.84대 1까지 치솟았다가 부동산 경기가 꺼졌던 2022년에는 10.25대 1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56.93대 1에 그쳤다.
주요 단지를 살펴보면 최근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650가구 모집에 5만868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90.28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 타입이 1순위 해당지역에서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59㎡B로, 233.0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7월 1순위 청약을 받은 래미안 원펜타스는 당시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27.3대 1에 달했다. 당첨자 중 만점 통장 보유자가 3명에 최저 당첨 가점도 1개 주택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국토교통부는 부정청약 의혹 관련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서울 분양 물량은 대부분 정비사업 공급 단지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풀리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더욱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포자이 힐스테이트 라첼스', '경희궁 유보라'도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여 서울 비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단지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청약 과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담 르엘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7209만원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약 10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인근 '청담 자이' 전용 82㎡는 지난 6월 32억9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청담 르엘은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9개 동, 1261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 59~84㎡, 149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이달 본청약하는 수방사 단지도 주목받고 있다. 총 556가구 중 행복주택 85가구와 군 관사 208가구를 제외한 26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 대비 5억원가량 저렴해 지난해 6월 사전청약 평균 경쟁률은 28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본청약에서는 사전청약 적격 당첨자 224가구를 제외한 3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잠실 권역에서는 다음 달 18년 만에 총 4543가구의 신축 대단지가 공급된다.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이 주인공이다. 각각 3.3㎡당 5409만원, 5103만원에 평균 분양가가 책정돼 인근 '헬리오시티' 매맷값과 비교하면 5억원가량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차익 실현의 유인이 있다면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공급 기준 서울에서는 연간 예정 물량 9861가구 중 51% 수준인 5033가구가 공급된 상태로, 공급 자체의 속도가 저조한 것도 청약 과열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