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사비를 높이거나, 건설사들 간 컨소시엄 불가 요건을 바꾸는 등 시공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이 한 차례 유찰된 신길2구역도 공사비를 변경하고 조건을 완화해 메이저 건설사 유치에 나섰다.
26일 신길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30일 현장설명회를 연다. 시공사 입찰은 10월15일 진행한다.
이번 공고에 나온 예정 공사비는 총 1조1124억원, 3.3㎡당 공사비는 780만원이다. 지난 5월 공고 당시 3.3㎡당 75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높여 다시 입찰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공사비를 30만원 올리면서 최초 공고 때 제외했던 소방공사금액을 포함시켰다.
지난 공고 이후 5월31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정작 시공사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신길2구역 조합은 이번에 시공사 선정 공고를 다시 내면서 기존과 달리 ‘컨소시엄 불가’ 조항도 없앴다. 신길2구역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무엇보다 가격과 직결되는 아파트 브랜드를 위해서는 메이저 시공사가 들어오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에도 입찰에 실패하게 될 경우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의원회를 거쳐 80%의 동의를 얻어 다시 공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길2구역 조합이 공사비와 입찰 조건을 변경하면서 시공사들도 입찰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신길2구역 수주에 관심을 두고 있던 삼성물산과 GS건설 모두 입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비가 평당 780만원대면 해볼만하다는 의견이어서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할 예정이며 변경된 공사비 조건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불가 요건이 사라지면서 경쟁입찰 대신 두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신길2구역 조합 관계자는"이전 공고 때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조건을 변경한 것이고, 컨소시엄 입찰 여부는 건설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2개 이상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할 경우, 준공 후 아파트 품질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조합은 무엇보다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는 것이 이익이라 판단하고 있다.
신길2구역은 1호선 신도림역과 신길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90 일대에 지하 4~지상 35층, 총 2786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고 49층으로 층고를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길2구역처럼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후 조건을 변경해 시공사를 다시 찾는 조합들이 많아졌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선별적으로 뛰어들고 있어서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해도 입찰의향서를 내지 않거나 내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수주가 유력한 사업지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었다. 건설사들은 자재·인건비 상승, 고금리 영향에 사업성을 보다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다. 경쟁입찰로 출혈경쟁을 감내하기보다는 컨소시엄을 꾸려 조합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수주하는 사례도 늘었다.
가재울7구역의 경우 지난 6월 재공고를 내고 공사비를 3.3㎡당 770만원에서 843만5000원으로 높였다. 세 차례나 입찰 공고를 냈지만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컨소시엄 입찰 금지 조항을 풀었고, 한화건설부문·GS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잠실우성4차는 세번째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높인 끝에 DL이앤씨를 시공사로 맞았다 신반포27차도 지난 1월 공사비를 3.3㎡당 908만원으로 책정해 공고를 냈으나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후 공사비를 3.3㎡당 958만원으로 증액해 재공고를 낸 후 SK에코플랜트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거여새마을의 경우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된 후 공사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난 10일 삼성물산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