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동의 못해…이범석 시장이 밝힌 세종에서 청주로 오는 이유[노잼도시]

<4> 꿀잼을 위해 市는 달린다
③이범석 청주시장 인터뷰
"숨은 재미 많아…산단 있고 교통 좋고 자연도 풍부"
"지역민 재미에 초점두고 꿀잼도시 조성 중"

편집자주재미없는 도시, 이른바 '노잼도시'를 아시나요?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해 현지인은 심심하고 타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를 말합니다. 2019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도시를 두고 노잼도시라는 호칭을 붙였는데요. 재미로 시작된 일종의 '밈'이 대전, 울산, 광주, 청주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정도입니다. '노잼' 오명을 쓴 도시는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곳일까요?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세종특별시 만들어지고 청주에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재밌고 살만한 도시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범석 청주시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주가 재미없는 도시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진중함을 유지했던 이 시장의 말투에 변화가 감지된 순간이었다. "시장님께 청주의 재미를 듣고 싶다"는 말에 이 시장은 함박웃음을 짓더니 한껏 들뜬 목소리로 시장실 한 켠 청주시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청주시청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청주는 SNS에서 재미없는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영국 글로벌 금융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서 세계 1000개 도시의 ‘글로벌 도시 지수’를 평가한 결과 청주시는 세계 306위, 대한민국 3위를 차지했다. 서울(41위), 부산(252위)을 빼면 기초자치단체로는 1위다.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에도 불구, '노잼도시' 수식어는 오송에 위치한 과학단지나 산업단지, 그리고 도농복합도시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출마 때부터 '꿀잼행복도시 청주'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재미없는 청주'의 이미지 탈피를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았다. 그는 "청주에는 자랑하고 싶은 숨은 재미가 많고, 그런 도시로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 임기가 반환점을 돈 지금, 이 시장에게 재미있는 도시 청주에 대한 구상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꿀잼행복도시 청주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한 이유는?

▲SNS에서 청주가 재미없는 도시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민들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더라. 청주에 갈 곳, 볼 곳, 즐길 곳이 없어 아쉽다고 하셨다. 관광객 등 외지인을 끌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주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먼저고 이를 조성해야 외부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꿀잼' 공간을 만들고 축제 개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청주시청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 청주가 축제에 꽤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축제 아니겠나. 청주가 벚꽃이 유명하다는 점을 살려 축제를 진행했다. 벚꽃 개화기에 무심천 푸드트럭 축제를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외지인을 포함해 40만명이 찾았다. 또 대전은 빵이 유명하다곤 하나 청주 빵이 더 싸고 맛있다. '빵지순례(빵+성지순례)' 투어로 떠오르는 곳이 청주다. 청주 빵지순례, 카페투어 같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저트 베이커리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축제도 만들고 외지인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꿀잼도시를 위해 내건 공약들 성과는?

▲지난해 전국 최대 규모의 코베아 복합 캠핑장을 유치했다. 2026년 준공 예정이다. 캠핑 인구가 늘고 있는 시기다. 청주가 캠핑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내수읍 초정리에 민간자본 400억원을 투입하는 미디어아트 전시관 조성을 확정했다.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과 함께하는 캠핑, 그리고 청주의 자랑 초정 약수를 테마로 하는 차별화된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대형 테마파크 유치도 시도 중이다. 다만 펀딩 시장이 얼어붙어서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예산을 투입해 원도심에 물놀이장, 공연장 등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방치됐던 청주 곳곳의 부지들도 새롭게 개발할 예정이다. 사직동의 옛 국정원 부지, 복대동 대농지구 부지 등을 복합 여가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

-청주가 '노잼도시'로 분류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할 수 없다. 자랑하고 싶은 재미가 많다. 청주는 대한민국의 바이오, 2차전지 등 첨단 사업을 이끄는 곳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중앙에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청주를 찾는다. 청주 공항 이용자가 올해 5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에 입지적 강점까지 갖춘 곳이다. 청주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있는 곳으로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직지심체요절 등 역사와 관련한 콘텐츠도 많다.

정주 여건도 좋다. 청주는 주택 청약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아파트 신축사업이 많은데, 이 덕분에 외지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 세종시가 만들어질 당시 청주에서도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는데, 이 인구가 최근 다시 유입되고 있다. 재밌고 살만한 도시니 오는 것 아니겠나. 재미없는 곳으로 묶인 도시 4곳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면, 청주는 도시와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울산은 획일화된 도심 느낌으로 삭막하다.

-시장님이 꿈꾸는 재미있는 도시 청주의 모습은?

▲시민들이 학업, 직장, 사업 외 다양한 즐거움과 재미를 가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이번 주 청주의 이곳을 놀러 가야지’하고 찾게 되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원도심에서 여는 골목길 축제나, 문화제조창에서 여는 페스티벌 같은 새로운 공연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놀이터나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만들고 있다. 꿀잼도시 만들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이전기사:

▶다음기사: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