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I, 상담사 대체 아닌 빠른 문제해결 집중해야”[뺑뺑이 AI콜센터]⑩

임은택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AI유닛 본부장 인터뷰

편집자주“(AI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할 일이 있는 콜센터, 언제나 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던 금융회사의 콜센터가 어느샌가 금융소비자에게 불편한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미완(未完)의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문제해결 절차와 소요 시간은 지연되고만 있습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이 콜센터의 인간 상담원을 AI 상담 서비스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금융소비자, 노동자 등 다양한 시선 아래서 금융회사 콜센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인공지능(AI) 상담과 관련해 기업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AI 상담이 인간 상담사를 대체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입니다. 핵심은 AI를 활용해 얼마나 빠르게 고객의 문제해결을 도울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것이 신한금융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고객몰입이죠.”

임은택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AI 유닛 본부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빌딩 소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한은행의 AI 상담 서비스는 AI 그 자체보다는 고객이 어떻게 빠르게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임은택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AI유닛 본부장이 서울 중구 삼성 본관 신한은행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임 본부장은 AI 상담 서비스의 본격화로 콜센터 상담 인력이 감소하고 있고, 이것이 다시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히려 ‘전문화된 상담 인력’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100명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하게 되면 그만큼 상담 인력은 줄어들 것이나, 고객 관점에서 보면 (단순 상담이 아닌) 어려운 상담을 하고 싶은데 (인간 상담원) 감축에 따른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앞으론 (AI 상담 서비스가) 사람을 줄인다는 관점보단, 앞으로 사람이 할 일이 AI가 상담을 잘하게 만드는 일과 ‘전문적인 상담’을 담당하는 식으로 변화해 나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에서도 AI 등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은행으로 분류된다. 신한은행은 아시아경제가 데이터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5대 시중은행의 AI 상담 관련 감성분석에서도 유일하게 순호감도가 우상향 중인 은행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신한은행 콜센터의 AI 상담 비중은 날로 확대 중이다. 아웃바운드 콜(outbound call·기존 고객이나 잠재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의 경우 약 98%를 AI가 담당하고 있다. 이 중 3분의 1 수준인 약 30%는 상담원의 전화 연결 없이 업무를 마무리한다.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사용되는 AI 챗봇의 경우도 한 달에 약 250만건의 민원을 처리한다. 이는 전체 민원의 40% 수준에 이른다.

AI 상담, 아직 보조적…상담 시간지연 등 고객 불편 해결방안 고민 중

다만 인바운드 콜(inbound call·기존 고객이나 잠재고객이 고객센터에 연락해 오는 것)의 경우 AI로 흡수된 비중은 약 60%에 그친다. 이 중 AI 상담만으로 상담 절차가 완료되는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치는 약 25%다. 다시 말해 콜센터로 걸려 오는 상담 전화의 약 75%는 인간 상담원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로서 AI 상담의 장점은 단순조회 등 간단한 업무는 굉장히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여러 정보가 있어야 하는 복잡한 상담은 완벽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복잡한 상담이나, 규제로 인해 반드시 인간 상담을 거쳐 동의받아야 하는 상담 영역의 경우 아직까진 사람이 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도 금융소비자들이 AI 상담 서비스 도입 이후 콜센터 이용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잘 인지하고 있다. 그는 “AI 상담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며 “AI 상담 그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AI 도입 이후) 전반적인 인간 상담원 인력이 줄면서 대기시간 증가나 이용상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도 이런 고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축으로 AI 상담 서비스 개선을 준비 중이다. 고객의 감성분석을 통해 각 고객의 감성이나 성향에 맞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챗 GPT 등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AI 상담시스템을 고도화해 개인화된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임 본부장은 “어떤 고객은 (AI 상담으로) 문제해결에 드는 시간이 길어져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또 어떤 고객은 너무 빠르다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인공지능콘택트센터(AICC)를 통해 AI 상담 서비스에 감성분석 기능을 추가, 고객의 감정을 화가 났는지, 아무 느낌이 없는지 등 3단계로 구분해 그것에 맞게 AI가 대응토록 개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임은택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AI유닛 본부장이 서울 중구 삼성 본관 신한은행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또 그는 “현재 AI 상담 서비스는 시나리오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사용자에게 최적화돼 있지 않은데, 추후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도입해 고도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AI 상담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보다 개인화된 업무상담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장애인·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임 본부장은 “패스트푸드점에 키오스크(KIOSK)가 도입됐을 때 노인층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AI 상담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층을 위해 금융소비자 교육을 진행하는 ‘학이재(學而齋)’란 교육기관을 인천에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상담 고도화, 5년가량은 소요…상담 인력 감소? 사람이 할 일 바뀐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다소 먼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단순한 업무는 AI 상담 서비스의 커버리지 비중이 100%에 달하지만, 복잡한 업무 등을 처리하는 데선 한계를 보인다. 임 본부장은 AI 상담 서비스가 현재의 단순 상담을 넘어 고도화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 본부장은 “AI가 자연스러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에 해당하는 기술 수준이 필요하다”면서 “오픈AI 등 업계에선 향후 2년 내 AGI 실현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5년 내외의 시간이 더 소요되리라고 본다”고 했다.

사회적 규범이나 법적 규제 문제 등도 남아있다. 예컨대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경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와 관련한 규범도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외부망과의 연결도 불가피한 만큼 망 분리 규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단 것이다.

임 본부장은 “예컨대 고객이 대출상품에 대해 문의했는데, 챗 GPT 나 네이버클라우드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업데이트되기 전의 정책을 기준으로 상품을 안내해 (고객이) 연 1%가량의 이자 비용을 손해 봤다고 하면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면서 “생성형 AI가 오류를 냈을 경우 책임소재 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우선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임 본부장은 아울러 “내부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망 분리 규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부분은 당국도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일단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일정 수준 안에서 허용해 줄 가능성이 커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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