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특허출원도 수도권·대기업에 쏠렸다…해법은?

지난해 국내 특허출원 10건 중 6.4건이 수도권에 집중됐고, 대기업 쏠림 현상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출원이 늘어날수록 국내총생산(GDP)도 함께 성장하는 상관관계도 뚜렷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 전략을 통해 산업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주요 7개국(G7)에서 특허 건수가 1%포인트 증가하면, 해당 국가의 GDP는 0.67%포인트 높아진다는 실증연구 결과(MPRA Paper·2011)가 있다.

한국 역시 1970~2017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허가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지식재산연구원은 국내 산업재산권 보유 규모가 1%포인트 증가하면, 산업매출 규모도 0.35%포인트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허청은 이를 근거로 특허출원이 기업 수출 활동의 선행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허출원이 늘어나는 만큼 해당 분야의 수출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정비례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례로 이차전지(양극재) 분야의 특허출원이 2022년 상반기 7770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8660건으로 11.5%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의 이 분야 수출 규모는 45억달러에서 74억9000만달러로 6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재산(IP)은 특허와 실용신안·디자인·상표·산업재산권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한국의 경우 기업 가치의 절반 이상이 무형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IP가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의 IP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식재산연구원이 발간한 ‘지식재산 통계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출원된 특허는 총 19만1145건이었다. 이를 5대 권역별로 세분하면 수도권이 전체의 64.2%로 비중이 가장 높고, 영남권(14.5%)·충청권(12.7%)·호남권(6.5%)·강원 및 제주(2.2%) 등이 뒤를 이었다.

17개 광역시·도의 특허출원 비중을 구분했을 때는 경기도가 전체의 32.2%를 차지하고, 서울 28.3%·대전 6.1%·경북 4.1%·인천 3.7% 등이 상위 5위권에 포진했다. 반대로 특허출원 비중이 낮은 지역(하위 5위)은 제주(0.6%)·울산(1.2%)·강원(1.6%)·광주(1.8%)·충북(2.1%) 등이 꼽혔다.

특허출원은 주로 지역별 주력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특허출원 비중이 가장 큰 경기도의 경우 반도체 및 컴퓨터 등 관련 기술 부문의 출원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 중 특허출원 비중이 큰 대전의 경우 대덕연구개발특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이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면서 17개 시·도 중 상위 3위를 차지했다. 대전은 연구개발업의 특허 출원 건수가 전국 평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고부가가치산업을 중심으로 특허출원이 늘면서, 대기업의 쏠림 현상도 눈에 띄었다. 특히 특허출원 증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전국 특허출원 연평균 증가율(CAGR)은 1.94%로, 전남(5.5%)·경북(4.9%)·경기(3.5%)·대전(2.9%)·강원(2.8%) 등 5개 지역은 모두 이를 웃돌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봤을 때 이들 지역의 대기업 CAGR은 평균 12.48%로 매우 높은 반면, 개인 CAGR은 평균 ?9.38%를 기록해 상반된 추이를 보였다. 이는 지역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혁신 주체 중 하나인 대기업의 영향력은 점차 증가했지만 개인 등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IP 지도를 재편해야 한국의 IP 경쟁력이 더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지식재산연구원은 “특허 출원량이 많으며, 증가율 또한 높은 첨단 산업 분야 제조기업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음을 특허출원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며 “특허가 산업 및 기업 성장의 관점에서 선행지표가 된다는 점을 고려해 지식재산 통계를 바탕으로 지역별 주력 산업 개편과 기업 육성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식재산연구원은 또 “대기업 중심의 특허출원 증가는 혁신의 총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상대적으로 줄어든 개인 출원인의 특허출원 감소는 혁신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지역별로 대기업 중심의 신기술·신산업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대기업 기술이 개인과 지역 중소기업 등에 이전돼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중부취재본부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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