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부애리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규모와 연체액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위기로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서다. 개인사업자의 대출잔액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 대비 50.8%(374조원) 불어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4조6000억원의 증가세가 나타나는 등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107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15조753억원) 대비 9조318억원(2.87%)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월(319조원), 2월(320조원), 3월(321조원), 4월(323조원) 등 매월 1조~2조원씩 불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만 5개월간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4조6135억원에 달한다.
이는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다. 시계를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부실한 담보물을 보유한 차주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 대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로 넓히면 더욱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던 양경숙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가계·사업자 대출)은 모두 1112조74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말(209만7221명, 738조600억원)과 비교하면 차주 수는 60%, 대출금액은 51%나 늘어난 셈이다.
전반적인 대출 규모가 많이 늘어난 만큼 연체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의 전체 보유 대출 규모는 15조62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대출잔액 중 연체액 비중은 2.8% 수준이다. 또 이 중 2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실행한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24조7534억원에 달했다. 5대 시중은행의 연체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전년 동기(9870억원) 대비 37.4%나 늘어난 1조3560억원으로 조사됐다.
연체가 확대되면서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액도 커지는 추세다. 자영업자들에게 보증공급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의 대위변제 규모가 이를 방증한다. 지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엔 5076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1조7126억원으로 2배 이상이 됐다.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에 대한 보증공급 역할을 했던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도 같은 기간 1조3599억원에서 2조2759억원으로 67.4%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실행한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연착륙 하기도 전에 3고 위기까지 도래하면서 자영업자의 경영환경 악화로 대출잔액·연체율 모두 급증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연체 자영업자 상당수가 고금리에 노출된 만큼 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까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