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정부는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중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만 공포하고, 전세사기 특별법 등 나머지 법안에 대해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9일 오후 3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날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법,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법 등 5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사무처는 21대 국회가 이날 폐원하는 것을 고려해 전날 이례적으로 빨리 해당 법안들을 정부로 긴급 이송했다.
정부는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경우 대통령실 내부에서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피해자들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정부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가치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고, 서민들이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하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세사기특별법과 민주유공자법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정부가 재의요구하는 방안을 건의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이날 문을 닫기 때문에 이 경우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는 게 국회 사무처 해석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11번째 거부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