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韓 '망사용료' 反경쟁적' 또 지적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에 대해 '반(反)경쟁적'이라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USTR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한국 관련 부분에서 "2021년부터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USTR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USTR은 "일부 한국 ISP는 그 자체가 콘텐츠 제공업체이기에 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며 "게다가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해치면서 한국의 3대 ISP 사업자들(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해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USTR은 지난해 한국에 해당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는 스트리밍 콘텐츠나 온라인 게임 등 콘텐츠 사업자(CP)가 ISP의 망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지불하는 비용이다. 가입자들이 CP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망을 쓰는 만큼 CP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ISP의 입장이다.

국내 통신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해외 CP들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이에 대해 ISP인 SK브로드밴드와 CP 넷플릭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국회에도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고 있다.

USTR은 2022년과 2021년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한국 내 망 사용료 입법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 미국산 블루베리 시장 접근 확대, 체리 수입 프로그램 개선, 사과·배·텍사스 자몽·캘리포니아 핵과 등의 시장 접근 개선을 현안으로 거론했다.

USTR은 "몇몇 시장 접근 요구가 여전히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와의 협의 대상으로 남아있다"며 "미국은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올해 무역장벽보고서는 지난해보다 18%(466→394페이지) 줄었다. 한국 관련 내용도 지난해는 8페이지였다가 올해는 6페이지로 축소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올해 무역장벽보고서 서문에서 "각 무역 파트너는 적법한 공공 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들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보고서엔 없었던 내용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페이지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각국 무역장벽 조치의 국제법적 근거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동시에, 무역 장벽에 대한 지적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외국 정부가 대미 무역 장벽을 높일 수 있게끔 그린라이트(허용 신호)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컴퓨터·통신 산업협회는 "과거 USTR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과 인공지능(AI)법,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데이터 현지화 요구 등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으나 올해는 이러한 장벽을 문제시하지 않거나 작년보다 지적 사항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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