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기자
통신장비업체 에치에프알 소액주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뭉쳤다.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취득과 소각, 감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표대결을 예고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치에프알 주주연대는 22일 기준으로 지분 12.5%(168만6686주)를 확보했다.
주주연대는 지난해 주총서 에치에프알 경영진이 주주친화적 업체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으나 1년 동안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영진은 지난해 3월 24일 주총 당시 참석한 주주 의견을 반영해 ▲가이던스 및 향후 사업비전 공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분기 배당 검토 ▲기업설명활동(IR) 강화 대책 마련 등을 공지하기로 했다.
에치에프알은 SK텔레콤 선임연구원 출신 정종민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통신장비 제조업체다. 최대주주인 정 대표는 지분 29.5%(398만1653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642억원, 영업손실 84억원, 순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주주연대는 주주제안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1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방안과 보유 중인 자기주식 소각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법무법인 위온의 허권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주주제안의 안건 통과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전자위임 시스템을 이용한 의결권 대리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주총 전까지 소액주주를 최대한 끌어모아서 최대주주 측과 표 대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치에프알과 주주연대 측은 지난해부터 갈등 양상을 보였다. 에치에프알은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프론트홀의 북미 수출 호조로 매출액 3663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했다. 프론트홀은 이동통신의 무선 접속망에서 디지털 데이터 처리장치와 원격 무선 신호 처리장치를 연결하는 5세대 이동통신 장비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주주친화 정책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주연대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헤이홀더'를 통해 의결권을 결집하기 시작했다. 에치에프알은 지난해 6월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4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헤이홀더 대표를 맡고 있는 허권 변호사는 "정부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상장사의 주주환원을 독려하고 있다"며 "에치에프알은 주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연대는 함께하기로 한 주주가 늘고 있으며 의결권을 맡긴 주식 수도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