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김부겸, '이재명 공천' 쓴소리…'객관성 훼손'

"李, 작은 이익 내려놓고 공정하게 공천해야"
문희상 등 前 국회의장들도 공천 파동 우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원로들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천(私薦) 논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공천 파동'이 탈당을 비롯한 분열 양상으로 이어지자 쓴소리를 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8호 인재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인재로 영입된 김 이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어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되고, 앞으로 남은 윤석열 검찰 정부 3년 동안 우리 민주당은 국민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하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도 기여할 역할을 찾기 어렵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낮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재명 대표의 '불공정 공천' 문제에 논의했다. 당 원로들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이 탈당 등 분열 움직임으로 확전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회동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민주당이 지난 19일 사실상 '공천 배제'로 평가되는 현역 하위 평가자 통보를 시작하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흐름이다. 통보 첫날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4선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을 선언했고, 전날에는 비명계로 꼽히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이 하위 10% 통보에 반발하며 '이재명 사당화' 문제를 공개 지적했다.

이날 들어서도 송갑석 의원이 하위 20%, 박영순·김한정 의원이 하위 10% 결과에 공개 항의하는 등 비명계 의원들이 '하위 명단'에 다수 포함됐을 거란 관측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오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주체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으나,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부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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