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아닌 잔혹한 범죄인'…日 '쿄애니 방화범' 사형선고

교토 지법, 아오바 신지에게 사형 선고
범행 수법 잔혹·사전 범죄 모의 정황도

지난 2019년 70명의 사상자를 낸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 방화 사건의 피고인이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피고인 측이 심신미약을 감경사유로 주장했지만, 일본 법원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계획적이었다며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5일 NHK 등 일본 언론은 교토 지법이 이날 피고인 아오바 신지에게 사형을 판결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아오바는 2019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 제1 스튜디오에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고, 이로 인해 직원 36명이 사망하는 등 당시 176명의 직원 중 7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범행 당시 아오바 신지의 모습.(사진출처=NHK)

아오바는 범행 동기에 대해 쿄애니 공모전에 소설을 응모했으나 '어둠의 인물'의 지시로 낙선됐고, 이후 쿄애니에서 자신이 소설에 쓴 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표절에 대한 원한을 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은 그의 망상 등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아오바 측 변호인은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하고 이후 부친에게 학대당한 점 등을 고려해 무죄나 감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당시에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 능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명의 위협이 큰 방화를 시도했고, 이는 참으로 잔학무도하다"며 "한순간에 지옥이 된 스튜디오에서 죽거나 이후 숨진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고통은 말과 글로 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오바가 방화 전 다른 장소에서 범행을 계획했던 적이 있다며 "범행 당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심신상실도 미약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오바는 사건 1개월 전 사이타마현 역 앞에 가서 무차별 살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단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오바는 이에 "내 아이디어를 표절한 것이 이런 결말을 낳았다고 쿄애니에 전하려 생각했으나, 범행을 계획한 역은 사람의 밀집이 낮아 큰 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계획하는 당시에도 기존에 일어난 방화 사건을 참고했고, 현장에 흉기 6자루를 가져가 추가 범행을 염두에 뒀다는 것도 밝혀졌다.

휠체어에 탄 채로 재판에 참석한 아오바 신지.(사진출처=FNN)

재판에서는 아오바가 주장하는 표절과 관련한 진술도 오갔다. 쿄애니 측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피고인의 추측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강력히 부정했다. 그러나 아오바는 "내 아이디어는 쿄애니 감독이 블로그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작품을 읽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없다"며 "정신감정을 한 당시에는 감정인이 망상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내 안에서는 사실로 파악하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바이올렛 에버가든' 등 여러 대표작을 배출한 쿄애니였던 만큼, 방화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날 재판에는 23개 방청석에 409명이 방청 신청을 해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뒤 아오바는 재판장의 말에 대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유족의 흐느낌을 뒤로 하고 휠체어를 타고 퇴정했다. 그는 당시 방화로 본인도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다 10개월 만에 체포됐다.

글로벌이슈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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