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높은 금리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담대 잔액 상승분은 '7월 6조원→8월 7조원→9월 6조1000억원→10월 5조7000억원→11월 5조7000억원'으로 매달 고공행진 했다.
이에 대한 당국의 해석은 좀 다르다. 알고 보면 은행들의 자체 주담대 증가분은 줄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이 새로 내준 주담대에서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 대출과 정책모기지, 집단대출 등을 빼면 주담대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이다. 은행 자체 주담대는 '7월 3조9000억원→8월 4조1000억원→9월 3조6000억원→10월 2조3000억원→11월 1조7000억원'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금융권은 주담대 증가 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19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주택시장리뷰'는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9월 말 특레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가 종료됐고 12월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으로 면제되면서 (평소보다 중도상환액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 예상대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아서, 금융당국 해석대로 정책모기지로 빌린 대출 금액이 많다고 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올해 초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아파트를 산 이주영씨(34)는 "금리 4%로 3억원을 빌렸는데 한 달에 원리금만 130만원씩 나간다"며 "은행보다 정책모기지 금리가 낮긴 하지만 집값이 워낙 비싸니까 갚아야 할 돈이 기본적으로 많고,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디딤돌 대출을 받은 정찬욱씨(31)도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거 같진 않고 금리도 3%대라 눈 딱 감고 영끌하긴 했지만 갚을 걸 생각하니 앞으로 막막하다"며 "코로나19 이전처럼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지 않는 한 수십 년에 걸쳐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은 매한가지"라고 했다.
이 와중에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또 올랐다. 지난달 기준 코픽스는 전달(3.97%) 대비 0.03%포인트 오른 4.0%였다. 올해 최고 수준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변동금리를 선택했던 영끌족들은 연말 이자 부담이 더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