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불가능한 샘' 돌아온 올트먼…AI 개발 '부머' 힘 싣는다(종합)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가 닷새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올트먼의 복귀로 일단락됐다. 전 세계 테크업계를 뒤흔든 이번 사태는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내려는 ‘부머(boomer·개발론자)’ 대 안전성을 중시하는 ‘두머(doomer·파멸론자)’ 간 전쟁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해고 불가능한 샘(Sam the Unsackable)' 올트먼의 승리는 결국 AI 상용화 프로젝트가 한층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최대 승자로는 올트먼 외에도 사태 내내 올트먼을 지지하며 막후 영향력을 드러낸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손꼽힌다.

21일(현지 시각) 샘 올트먼 CEO의 복귀가 결정된 직후 미국 오픈AI 본사에서 올트먼을 지지했던 직원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단체 셀카를 찍고 있다. [출처=X(옛 트위터)]

올트먼, 축출 닷새만에 CEO 복귀...업계 뒤흔든 "반전 드라마"

오픈AI는 2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올트먼의 CEO 복귀와 그를 내쫓았던 이사회 일부 재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재구성된 이사회에는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가 새 의장으로 합류했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부 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애덤 디엔젤로 쿼라 CEO는 유임됐다. 앞서 올트먼 축출에 나선 이사회 멤버 중 한명이었던 그는 올트먼 복귀를 위한 이번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최대 주주인 MS는 이러한 이사회 개편을 즉각 환영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오픈AI 이사회의 변화에 고무됐다"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정보가 풍부하고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향한 첫 번째 필수단계"라고 밝혔다. 오픈AI는 이를 '초기' 이사회로 부르며 확장 가능성도 예고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종 이사회 멤버로는 9명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존 이사회 멤버들도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기존 이사회 멤버인) 디엔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가 오픈AI 리더십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포함해, 올트먼에게 특정 양보를 요구했다. 퇴임하는 이사회는 올트먼의 권력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7일 갑작스러운 올트먼 해임 발표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닷새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직후 MS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주말 동안 올트먼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하지만 대주주인 MS가 올트먼을 영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오픈AI 임직원 770명 중 700명 이상이 집단 사표를 내걸고 올트먼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MS로 옮기겠다고 초강수를 던지자 이사회로선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자칫 이사회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챗GPT로 AI 열풍을 이끈 업계 리더 오픈AI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었다.

NYT는 "갑작스러운 올트먼 해임은 반전 드라마를 촉발시켰고, 오픈AI CEO 복귀 결정으로 절정에 달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쫓겨난지 5일만에 오픈AI로 돌아오게 됐다"며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AI산업을 뒤흔든 충격의 반전 드라마"라고 이번 사태를 정의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승자는 MS·올트먼?..."해고 불가능한 샘" AI 상용화 가속화할 듯

최대 승자로는 MS가 첫 손에 꼽힌다. MS는 오픈AI 지분 49%를 가진 최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비영리 이사회가 주요 결정권을 갖는 이 회사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했다. 이는 올트먼의 해임이 가능했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내내 흐름을 좌지우지해 원했던 그림을 만들어낸 것 역시 MS다. 현지언론들은 AI 혁명을 좌지우지할 투자자본과 데이터센터를 가진 강자(MS)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오픈AI 이사회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장 간단한 해석은 MS와 나델리 CEO에게 큰 승리라는 것"이라며 "MS는 AI혁명의 파트너인 오픈AI 임직원 700명을 고용하지 않고도 그들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보호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자본의 힘에 이사회의 힘이 무너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비영리회사로 시작한 오픈AI도 결국 자본주의 기업이라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MS를 오픈AI의 슈가대디(sugar daddy, 만남의 대가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중년)로 설명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도 MS가 오픈AI 쿠데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번 사태로 승기를 잡은 만큼 MS는 향후 오픈AI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나서며 영향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오픈AI 이사회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 또한 이날 나델라 CEO의 지원으로 오픈AI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면서 "MS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복귀한 올트먼도 명백한 승자다. AI 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이를 상용화하고자 했던 올트먼은 이제 개편된 이사회의 지지를 업고 자신의 비전을 한층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해임 전 올트먼은 엔비디아와 경쟁할 AI반도체 회사를 만들기 위해 중동 지역에서 자금 유치에 나서는가 하면, 애플 전 관계자와 협력해 AI 디바이스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가 구상해온 각종 사업도 이제 오픈AI 주도로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이사회 의장이 된 테일러 역시 AI 서비스 상용화를 지지하는 인물인 만큼, 올트먼의 행보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계, 재계, 학계에서 모두 영향력을 발휘하는 서머스 전 장관을 이사진에 영입한 것 또한 AI가 직면한 각국의 규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은 이제 AI혁명의 의심할 여지 없는 의사결정자"라며 "누구도 '해고 불가능한 샘'의 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누가 오픈AI를 이끌고 운영할지, 보다 광범위하게는 AI 기술 개발 경쟁이 얼마나 빨리 진행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AI 업계의 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부머 VS 두머...AI 개발 둘러싼 분열 이어져

다만 올트먼의 갑작스런 해임 배경이 된 AI 개발 속도, 상용화 등을 둘러싼 업계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부머,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이 될 것이라고 보는 두머 간 분열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이를 계기로 오히려 양측의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간 AI 개발과 상업적 활용을 주장해온 올트먼과 달리, 기존 오픈AI 이사진 대다수는 자칫 AI 개발을 너무 서두르다 인류에게 존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표적 점진파인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앞서 올트먼이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이사진인 토너 역시 자신이 몸담은 조지타운 보안신흥기술센터 연구진이 공동 집필한 논문을 통해 AI 안전문제를 놓고 오픈AI를 비판한 바 있다. 올트먼 축출 이후 임시 CEO로 선임됐던 에밋 시어 전 트위치 CEO 역시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온 두머에 속한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오픈AI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 앤트로픽 등에서도 부머와 두머 간 의견이 엇갈리며 비슷한 상황들이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는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전했다.

AI 규제를 둘러싼 각국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타임은 "AI의 빠른 발전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온 AI 스타트업들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빠르게 변화하는 AI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워싱턴 정책입안자들이 허를 찔렸다"며 "이번 혼란은 미 의회와 조 바이든 행정부가 AI 규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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