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ONLYONE)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5일 그룹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최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주재한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주요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에게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비공개로 열린 전략회의에는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해 그룹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다짐했다.
온리원 정신은 이 회장이 내세운 경영철학이다. 그룹 모태인 CJ제일제당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경영을 선언한 뒤 1996년 제일제당 그룹을 출범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때 핵심적으로 추구한 가치관이 온리원이다. '처음(The First)'으로, '세상에 하나뿐인(The Differentiation)',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CJ그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 사업별 치열한 경쟁 압박 등에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룹의 주력인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등 바이오 소재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79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675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CJ ENM도 미디어 플랫폼과 영화 드라마, 커머스 등 주요 사업이 부진한데다 야심 차게 인수한 미국 제작사 피프스 시즌과의 시너지가 더뎌 올해 3분기 영업손실 2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매출도 1년 전보다 8.7% 감소한 1조76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 회장은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절실함과 초심을 강조하고자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그룹의 핵심 가치관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11월5일은 CJ제일제당이 1953년 부산공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설탕을 만들기 시작한 날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지정한 이래 CJ그룹도 줄곧 이날을 창립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또 지난해 타계한 이 회장의 어머니 고(故)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1주기였다. CJ그룹은 이 회장과 이미경 CJ ENM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장손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손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일가 친인척이 참석한 가운데 1주기 추모식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손 고문의 생전에 "어머님은 선주(船主), 나는 선장(船長)"이라고 표현하며 (손 고문이) CJ그룹의 탄생과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점을 강조했다. CJ그룹은 이날 CJ인재원의 메인 교육홀을 '손복남 홀'로 헌정하고 '겸허(謙虛)' 등 고인이 계승한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곳은 이 회장이 고인과 어린시절을 보낸 집터에 자리하고 있다. 앞서 CJ그룹은 2003년 손 고문이 인재 양성을 위해 그룹에 내놓은 공간에 국내 최초 도심형 연수원인 CJ인재원을 개원하고 그룹의 미래 주역을 양성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엄중한 경영 상황을 고려해 CJ그룹 성장에 평생 기여해온 고인과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되새기며 내실을 다지자는 취지에서 비공개로 행사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