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조 추적기]④해외센터장 97%가 공직출신…ODA 관료 카르텔

농촌진흥청 코피아(KOPIA) 해외사무소
역대 소장 94명 중 92명 공공부문서 임명
KDI ODA 고문은 절반 넘게 기재부 출신

공적개발원조(ODA)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원조사업에 민간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득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본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농촌진흥청 코피아(KOPIA) 해외사무소장 이력’에 따르면 23개국에 파견했던 역대 94명의 소장 중에서 97.8%(92명)가 공직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피아는 농촌진흥청이 농촌진흥법에 따라 실시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ODA 프로그램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23개국에 코피아 센터를 설치하고 소장을 파견하고 있다. 농업 관련 분야에서 7년 이상 또는 박사학위 취득 후 농업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면서, KOPIA 소장 근무 4년 미만인 사람을 소장으로 선발한다.

역대 소장 중에서는 국립식량과학원을 거쳐 온 이들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농업과학원 출신은 17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주요이력으로 쓴 이들이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각각 6명, 2명의 소장이 나왔다. 공공기관 경력자들 상당수가 정부 출신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관피아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KOPIA 개소 직후 역대 해외사무소장의 주요 이력 등 채용 정보

농진청 측은 "한국의 선진농업기술을 소개하고 교육 등으로 알려주는 사업의 특성상 국외소장의 조건부로 농업기술을 잘 알아야하고 외교를 위한 영어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면서 "일반인들에게 기회가 없다기보다는 큰 관심이 없어 지원율도 낮고 심사중에 선발확률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ODA 사업 고문도 마찬가지다. KDI는 한국의 경제발전경험을 공유하고 이식하는 무상원조 사업을 수행하는데,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난해 기준 총 36명의 ‘수석고문’을 두고 있다. 이들 중 19명(52.7%)이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다. 민간 출신은 몽골의 공공임대주택 전략수립을 지원하는 구정현 경동엔지니어링 부사장뿐이다.

KDI 관계자는 “경제정책 자문을 주로 했기 때문에 수석고문에 기재부 출신들이 많았다”며 “기재부 관료와 현지 출장을 가면 협력국의 고위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기 수월하다는 네트워크를 노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관료만 60% 넘게 있었던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조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ODA 분야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개발청(USAID)과는 별도로 대학과 비영리단체에서 ODA 과정을 만들고 전문가를 배출한다. 독일은 민간의 ODA 사업수행을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에서 인력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ODA를 전담하지만, 민간연구소 출신 전문가들이 ODA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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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정치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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