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엘지가 확장현실(XR) 콘텐츠 본격화를 앞두고 28㎓ 주파수를 사용한 이음 5G(5G 특화망) 기술을 시연했다. 지연시간을 대폭 낮추고, 빠른 속도를 내는 네트워크로 XR 생태계 확산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에릭슨엘지는 17일 경기도 과천시 뉴젠스 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8㎓ 주파수를 사용한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이음 5G 기술을 시연하고 'EP5G'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음 5G는 5G 융합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사업자가 특정 구역에서 서비스 특성에 맞게 직접 망을 구축해 5G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망이다. 안정적인 고속·저지연 통신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에릭슨엘지는 EP5G 솔루션을 통해 단말기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소프트웨어 등 이음 5G를 통합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강지훈 에릭슨엘지 팀장은 "이음 5G로 산업현장에서 초고속, 초저지연 5G를 구현하면 새로운 기회가 나올 것"이라며 "예컨대 로봇 수백대를 동시에 관제하려면 광케이블을 썼지만, 28㎓ 이음 5G가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5년 뒤에는 스마트팩토리 내에서 지연속도가 1㎧까지 내려가는 기술이 구현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응급조치, 드론, XR 등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릭슨엘지는 특히 증강현실(AR), VR 등 XR 서비스에서 28㎓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최근 메타, 애플, 구글이 앞다퉈 X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출시하고 있다. 강 팀장은 "XR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컨대 한 공간에서 20명가량이 VR 기기를 쓰고 100Mbps 속도만 요구해도 네트워크에 엄청난 부하가 걸린다"며 "28㎓ 같은 초고주파 대역 이음 5G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28㎓ 같은 초고주파는 상용 망에 사용하는 3.5㎓, 이음 5G용 4.7㎓ 같은 중저대역 대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갖고 있다.
이날 시연에서 28㎓ 대역 5G 특화망은 실제로 4.7㎓ 대역을 사용한 것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뉴젠스 랩에 구축한 4.7㎓, 28㎓ 이음 5G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는데, 4.7㎓에서는 0.11Gbps 업링크 성능과 10㎧의 지연성을 보였다. 28㎓에서는 1.2Gbps 업링크 성능과 4㎧ 지연성을 기록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XR 콘텐츠 개발·스트리밍 플랫폼 클라우드XR과 이음 5G를 활용한 VR 서비스를 시연했다. 클라우드XR 환경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실감형 자동차 3D 모델 디자인을 체험하는 내용이다. VR 기기를 착용한 시연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잔상이 남지 않고 풍경이 매끄럽게 넘어갔다. 자동차도 지연이나 끊김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전에는 이 같은 서비스를 체험하려면 무거운 장비를 몸에 착용해야 해서 불편함이 컸다. 그러나 28㎓ 이음 5G로 클라우드XR을 쓰면 손바닥만한 28㎓ 모뎀이 연결된 VR기기를 쓰기만 하면 된다. 수십명이 동시에 VR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교헌 에릭슨엘지 엔터프라이즈 총괄 상무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 위주로 이음 5G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물류와 제조 영역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양한 파트너들과 국내 생태계 활성화와 서비스 사례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