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아이 울음소리 끊어진 우크라…생명선이 된 출산율

전쟁으로 우크라 출산율 28% 급감
고대부터 국가존망과 직결됐던 저출산
전시도 아닌데 세계 최저 출산율인 한국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 출산율이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각한 인구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피난민이 발생했고, 대부분의 여성이 전쟁을 피해 국외 피난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후 복구 기간에도 출산율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역시 낮은 출산율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 역시 남성들이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대거 해외 도피에 나서면서 당장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심각한 인구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선 유지를 위한 신병 모집에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용병들까지 고용하는 상황으로 알려졌죠.

아무리 최첨단 무기가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라고 해도 고대부터 전쟁은 결국 무기를 든 사람들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출산율은 여전히 국방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치달은 전쟁일수록 다른 무엇과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 바로 인적자원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인구절벽 우려 문제와 함께 역사 속에서 출산율과 국방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우크라이나 신생아 수 28% 급감…전후 병력 부족 심화 우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묘지에서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신생아 수는 9만675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이상 급감했습니다. 월평균 2만3000명 수준이던 신생아 수는 1만6000명대로 떨어졌죠. 우크라이나의 출산율도 2020년 1.30명에서 올해는 1.16명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전후 병력 부족 문제까지 우려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 수는 최소 50만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600만명 이상의 인구가 해외로 대피했고, 영토의 20% 이상은 러시아에 점령당하면서 인구와 출산율 회복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약 44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었는데 러시아에 상실된 지역 인구와 국외 대피한 인구 등을 합치면 전후 3000만명 정도로 인구가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WSJ는 "해외로 대피한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인데, 이들이 전후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징병으로 참전했던 우크라이나 남성 상당수가 가족들이 대피한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낮은 출산율과 젊은 남성들의 병역기피성 해외 도피로 신병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CNN에 따르면 전쟁 전 러시아의 출산율은 1.50명 수준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100만명의 남성이 해외 도피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3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군사 국가 스파르타·로마를 붕괴시킨 '저출산'

[이미지출처= 넷플릭스]

고대부터 인구와 출산율은 그 나라의 전력을 의미할 정도로 매우 중시됐는데요. 실제 심각한 저출산 기조에 빠졌던 군사 국가들이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아예 멸망한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고대 스파르타와 로마제국이 대표적인 국가인데요.

고대 그리스의 군사 국가로 알려졌던 스파르타의 경우에는 저출산이 군사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키고 멸망의 한 원인으로 지적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합니다. 원래 스파르타는 시민들로 구성된 정예 병력으로 강국이 된 나라라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미혼인 사람에게 원래 세율의 300%를 적용하는 무시무시한 싱글세로 유명했는데요.

그러나 스파르타가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를 물리치고 승리한 이후 부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게 되면서 저출산 기조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약 100여개 정도의 고위층 가문들이 토지를 독식하고 스파르타군의 근간을 이루던 시민들 대다수는 아이를 키울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지면서 저출산이 심화했죠. 이로 인해 3만명 이상의 시민군을 동원할 수 있었던 스파르타는 말기에 이르러서 1000명을 동원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군사력의 약화는 결국 쇠락과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죠.

천년제국으로 유명한 로마제국 역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작용했다고 하는데요. 로마제국 역시 기원전 1세기 전후 지중해 일대를 통합한 이후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 자녀가 상속재산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자녀가 없는 사람은 공직에 선출될 수 없는 제한까지 뒀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도 로마제국 역시 말기로 갈수록 저출산 기조가 매우 심해졌다고 하는데요. 경제적인 양극화와 사회 불안이 심화하면서 서민들은 물론 귀족들까지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결국 이민족 용병들에게 대부분의 국방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 용병들이 잇따라 반란을 일으키면서 로마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죠.

◆역사(History)2 : 불륜·성범죄 관련법까지 폐지해버린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초상화.

로마제국이 붕괴한 이후 유럽 지역은 중세시대 혼란기를 거치면서 인구가 곧 국력과 직결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인구를 늘리는 나라들까지 생겨났는데, 대표적인 국가가 오늘날 현대 독일의 전신으로 평가되는 프로이센 왕국이었습니다.

18세기 초까지 프로이센 왕국의 인구는 200만명 정도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경쟁국인 프랑스 인구가 이미 4000만명 가까이 된 것을 고려하면 인구가 턱없이 부족했죠. 이로 인해 1688년 프로이센의 왕위에 오른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Friedrich Wilhelm I)는 국가 생존을 위해 인구가 반드시 늘어야 한다며 극단적인 인구증가책을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남자는 반드시 2명 이상의 아내를 둘 것을 법으로 제정했고, 출산을 국가에서 강제하기에 이르는데요. 수도사들도 강제 환속시키고 모두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것을 강요했습니다. 또한 전쟁에 유리한 체격이 큰 병사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유럽 전역에서 키가 큰 남성들을 납치해 거인 병단을 만들고 이들 또한 수많은 여성과 결혼해 애를 낳도록 강요했죠.

그의 아들이자 독일에서는 '프리드리히 대왕'으로까지 불리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때는 아예 불륜과 각종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폐기해버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애를 낳으라고 국가에서 강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대를 이어 지속된 강압적인 인구증가책과 이후 이어진 전쟁과 영토획득 등의 영향으로 프로이센의 인구는 단기간에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상비군도 기존 4만명에서 8만명으로 2배나 늘어나게 됐죠.

전쟁에 필요한 인력을 공장처럼 생산해야 한다는 개념은 이후 독일제국과 나치독일로 그대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2차대전 이전 나치 독일 역시 매우 강력한 출산 강제 정책을 폈던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나치 독일은 1935년 아리아인 유전자를 가진 인구를 대폭 늘린다며 '레벤스보른(Lebensborn)'이라는 일명 아기 공장을 만들기에 이르렀고, 자신들의 기준을 충족하는 백인 여성들을 강제로 감금, 출산시키는 범죄를 저질렀죠. 1933년 아돌프 히틀러 집권기 1.59명 수준이던 출산율은 1939년 2차 대전 발발 직전에는 2.59명까지 늘렸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전시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출산율 낮은 한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처럼 극단적인 역사적 사례까지 있을 정도로 고대부터 병력의 원천인 인구는 계속 중요성이 강조돼왔습니다. 각종 최첨단 무기와 무인기(드론)가 난무하는 현재도 결국 도시나 지역을 점령하고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인간 군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출산율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는데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전시인 우크라이나보다도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0을 기록해 세계 최저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는데요. 도시국가가 아닌 인구 1000만명 이상 영토국가 중에 이 수치에 도달한 나라는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주목 또한 받고 있습니다.

부족한 인구 속에서도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복잡한 안보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징병 대상 남성들의 95% 이상이 군대에 가고 있음에도 병력이 부족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요. 저출산 문제가 단순히 경제위축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속이 직결된 문제임을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다시금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제2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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