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성관 '천재들 재능 꽃 피운 건, 결국 주변 사람'

재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환경
지적 자극 주는 좋은 만남 필요
강연 아카데미 '지니어스 테이블', 천재들 융합 시너지 도움 될 것

조성관 작가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천재 연구가로 통한다. 연세대 영문과 졸업 후 30년간 언론계에 몸담으며 천재 연구에 천착해 왔다. 2005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취재차 방문한 오스트리아 빈에서 눈보라를 헤치고 모차르트 집으로 향하던 중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이 뇌리에 강렬하게 내리꽂히는 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됐다. 이후 천재를 ‘물질적·정신적으로 공동체와 사회를 이롭고 윤택하게 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전 세계의 천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빈,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 등 9개 도시를 직접 찾아 천재 54명의 예술세계를 탐구했다. 관련 내용은 2007년 단행본 ‘빈을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10종의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에 나눠 담았다. 2010년 출간한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는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功勳)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은퇴 후 2018년부터 전업 작가의 신분으로 천재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천재 강연 아카데미인 ‘지니어스 테이블(Genius Table·GT)’을 시작했다. 6월29일부터 본지와 함께 마련한 GT를 선보일 예정이다. 7일 경복궁 인근의 한 카페에서 천재연구가 조성관 작가를 만났다.

-GT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말 GT의 씨가 뿌려졌다.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봉욱 변호사(김앤장)다. 봉 변호사는 천재 시리즈 첫권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쓸 때부터 옆에서 지켜보며 조언해주고 응원해준 친구인데, 그가 천재 강연 아카데미를 열어보라고 권했다. ‘천재 콘텐츠가 워낙 독창적이니 강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줬다. 1년간 준비해 시즌 1~4를 만들었다. 천재 54명 중에서 한국인의 문화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천재 36명을 선별해 90분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즌당 9명의 천재를 공부하고 마지막 10강은 핵심을 정리한다. 문인(시인·소설가·극작가), 음악가(작곡가·가수), 시각예술가(화가·영화감독·건축가), 문인·화가·예술가 4그룹으로 시즌1~4를 구성했다. 서로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천재들로 구성했다.

-강연 신청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회원 중 최고경영자(CEO)가 절반 정도다. 변호사, 전 지사, 건축가, 싱어송라이터, 소프라노, 미술가, 갤러리 대표 등 다양하다. 회원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지적 탐구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여러 인문 아카데미나 서울대·연세대 최고위 과정을 거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교양 수준이 상당한 회원들로부터 GT 강연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뇌가 늙지 않으려면 지적 탐구심이 살아 있어야 한다. 신체적 체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지적 체력이다.

-GT 강연은 다른 인문학 포럼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

▲GT 강연은 인류사회를 윤택하게 만든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알지만, 자세히 모르는 천재 이야기다. GT에서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언제 어떤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고 천재성을 꽃피웠는지를 강연한다. 인간의 재능은 저절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걸 잘못 알고 있다. 재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본인이 오랜 시간 엄청난 절제와 노력을 기울여야 마침내 꽃이 핀다.

-현재 시즌3를 진행 중인데, 참여자 반응은 어떠한가.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한 2022년 GT는 시즌1과 시즌2를 성공리에 마쳤고, 지난 2월부터 시즌3를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시즌4를 시작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천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폭발시켰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시즌3에 등록한 한 회원은 "월요일(강연일)이 이렇게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능과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환경이다. 개인적으로 천재는 1%의 재능과 29%의 주변 환경, 70%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아무리 천재라도 자기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지적 자극을 주는 좋은 만남이 필요하다.

조성관 작가의 저서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보통 사람들에게 천재에 관한 이해가 왜 필요한가.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나.

▲천재로 꽃핀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융합을 이뤄낸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세계적으로 융합이 주목받고 있다. 창조력은 융합에서 나온다. 어떤 분야든 인문학과의 융합은 새로운 창조를 탄생시킬 수 있다. 특히 도약과 전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하던 대로만 하려는 습성을 지닌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먹는 것만 먹고 가던 데만 간다. 하지만 하던 대로만 하면 정체하고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뛰어난 사람은 그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이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늘 새로운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었다. GT를 통해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아시아경제와 진행하는 GT는 기존과 어떻게 다른가.

▲강연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만, 수강생이 주로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금융회사 임원들이라고 들었다. 특히 금융 분야 임원들에게 GT 강연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 분야 종사자들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인문학에 약할 수 있는데, 인문학적 자극과 충격이 금융 분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의 감동을 주는 방법은 인문학의 향기를 입히는 것이다. 인문학은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분야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 아시아 지니어스 테이블
- 일 시: 6월29일부터 격주 수요일 오후 6시~9시- 장 소: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2층 미팅룸- 정 원: 40명- 접수기한: 6월16일까지- 참 가 비: 770만원(VAT포함)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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