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 주춤?…'깡통전세發 하방압력 더 커질수도'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반등을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높은 금리와 불안한 전세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 확대는 집값 하락 압력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29일 한국은행과 정부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분위기가 짙은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집값 상승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최근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집값 하락 공포가 줄고, 서울 강남권 일부는 상황이 개선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대다수 지역은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하락했으나 강남은 0.01%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연말에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빨리 떨어질 때 경착륙 우려를 했는데 지금은 금리 조정을 하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며 "오히려 연착륙이 빨라지다 보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할 정도로 연착륙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평균적으로는 금리 효과가 오래가기 때문에 아직 전체적으로 반등으로 돌아섰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수요나 선호가 많은 곳은 더 떨어지기 힘들 수 있지만 전국 평균적으로는 조금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주택시장의 급격한 하락세는 진정됐으나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방 압력을 더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최근 깡통전세, 역전세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도할 경우 주택 매매 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한은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호)에서 지난달 8.3%(16만3000호)로 급증했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25.9%(51만7000호)에서 52.4%(102만6000호)로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보다는 비수도권 지역이 더 위험한 모습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깡통전세의 경우 전세 보증금보다 매매 시세가 2000만원 정도 낮았고, 역전세는 보증금이 현재 전세가격보다 7000만원 높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깡통전세와 역전세 비중은 각각 36.7%, 28.3%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경우 전세사기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긴축 통화정책을 사실상 중단한 만큼 부동산 경기가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도 있어 섣불리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한은 분석대로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증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도 있다.

한은은 "임차인이 선순위 채권자 지위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또 깡통전세와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상환 부담은 매물 증가로 이어져 매매가격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금융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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