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신인류<하>]'재미가 먼저, 소비는 따라오는 거야'

'쇼퍼테인먼트' 강화하는 백화점, 왜
아끼다가도 쓰는 MZ·구매력 높아진 MZ
뉴 리치 확대…소비 양극화 가속도

백화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건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MZ 백화점’을 표방하는 ‘더현대 서울’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잠실 롯데월드몰)’ 등은 주요 방문객 이동 동선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 유명 캐릭터 팝업을 열어 해당 캐릭터로 만든 인형·키링 등을 팔기도 하고, 요즘 뜨는 신생 비건 뷰티 브랜드가 핸드크림 등 대표 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해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네컷’이나 ‘룰렛게임’ 등을 접목해 방문객 참여를 유도한다. 제품 기능이나 가격을 내세워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대신 방문객이 재미와 유익함을 느껴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전략, ‘쇼퍼테인먼트’를 내세운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인기 캐릭터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홀리데이 위드 잔망루피'에 방문객이 몰려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최근 변화한 젊은 세대의 소비 욕구를 제대로 겨냥한 대표적인 변화라는 평가다. 흥미를 끄는 것이 먼저고, 소비는 재미를 따라온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소비 방식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구매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자린고비가 정체성은 아니다. 흥미를 끄는 그 어떤 것엔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연다. 여름 시즌엔 호텔 망고 빙수도 맛보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잦은 품절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패션 브랜드의 가방도 구매한다. 젊은 층의 변화한 문화를 활용하기 위해 백화점은 주요 동선에 자릿세에 걸맞은 값비싼 명품 대신 흥미를 끌어 방문을 유도하는 캐릭터 키링을 들여놓는 것이다.

‘뉴 리치’의 등장 역시 백화점의 체질 개선에 기름을 부었다. 전형적인 근로소득 외에 창업을 통한 사업소득, 자본투자를 통한 재산소득, 뉴미디어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형성하면서 젊은 고액 자산가는 과거 대비 크게 늘었다. 최근 금리 인상이 촉발한 유동성 감소로 자산 가치가 최고점 대비 하락했으나 부의 양극화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위 계층 간 가계소득 불평등은 더 켜졌다. 1분위(하위 20%) 소득은 소폭 늘어난 데 그쳤지만, 5분위(상위 20%) 소득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1분위 자산은 오히려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5분위 자산은 10% 이상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 위축 우려는 또한 소비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필수소비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꼼꼼히 따지지만, 사치재는 오히려 심리적인 만족도인 가심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소비한다는 원리다. 여기에 뉴 리치의 구매력이 더해져 소비 하락 방어에 나선다. 백화점이 ‘MZ 바라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 조치 이후 유동성 축소에 따른 소비 둔화가 나타났던 2013년 역시, 대형마트는 역성장하고, 편의점도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으나 백화점 채널은 여전히 2%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최근 소비시장 주류로 떠오른 MZ세대일수록 소비에 있어서 상품이 주는 가치에 대해 민감해진다"고 진단했다.

유통경제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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