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댐을 폭파해 홍수를 일으키는 수공(水攻)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인디펜던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군이 전날 동부 도네츠크 지역 카를리우카 댐 수문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하류 보급로 차단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도네츠크주의 군사행정 수장 파울로 키릴렌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파괴된 댐에서 급류가 쏟아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또 “25일 오후 5시 20분쯤 댐 공습이 발생했다”며 “지역 당국은 주민 26명을 대피시켰고, 보우차강 하류 마을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키릴렌코는 러시아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댐을 줄곧 폭격했다며 “주로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공격으로 인해 최전방 인근의 우크라이나군 군사작전 지역이 침수됐고, 댐 하류 지역은 안보 문제로 봉쇄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댐 폭파의 군사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러시아가 홍수를 전쟁 전술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작년 9월에도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 인근 댐에 미사일을 발사해 수문 2개 중 1개를 폭격했다. 러시아는 이 공격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킨잘 미사일 총 7발을 사용했다.
도네츠크주 군사행정 수장 파울로 키릴렌코가 공개한 현장 사진. [이미지 출처=파울로 키릴렌코 텔레그램 캡처]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인훌레츠강 하류의 우크라이나군 부교를 없애기 위해 이런 공격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부교는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인훌레츠강 수위가 한때 2ｍ 상승하면서 크리비리흐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의 수력발전 댐을 폭파해서 카호우카 저수지의 물을 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우려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공격은 하류 강변의 주거 지역과 군사기지를 침수시키거나, 저수지에서 냉각수를 끌어오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우크라이나 당국은 카호우카 댐 부지의 동쪽 둑을 점령해 수문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저수지 수위를 조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겨울 저수지 수위가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우크라이나 상류 마을이 수도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봄에는 위험 수준으로 수위가 높아지도록 방치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지구 데이터 업체 테이아 등에 따르면 최근 카호우카 저수지 수위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서 홍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군도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 전차의 키이우 진입을 차단하고 방어 시간을 벌기 위해 댐의 수문을 폭파, 이르핀강 골짜기를 침수시켰다. 이로 인해 수십 채의 주택이 수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