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라덕연 사태 계기로 주목 받는 미술작품 거래 세금

6000만원 이상 작품에만 양도세 부과…취득세·등록세·보유세 등 없어
국내 생존 작가 작품에도 세금 물리지 않아…상속세 최대 50%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라덕연 호안 대표와 관련된 서울의 한 갤러리에 보관된 작품을 압수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김창열 등 미술 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대거 나왔다. 라덕연 일당이 미술품에 주목한 건 부동산 등과 달리 자산 은닉과 세금 측면에서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술품 거래에서는 양도소득세만

미술품 거래에서는 양도소득세만 낸다. 취득세·등록세·부가세·보유세 등은 없다. 부동산·자동차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세금이 적어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데 활용하기도 쉽다.

양도세도 다른 자산에 비해 적은 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술품 세율은 양도세 20%, 주민세 2%"라며 "특히 작품 가격이 6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보통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2000만~4000만원 선이다.

만약 1000만원짜리 작품을 구매한 후 1억원에 되판다면 양도세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차액 9000만원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아니다. 소득세법 21조 2항에 따르면 과세기간의 총 수입금액에서 사용된 필요 경비를 공제한 후 세금을 매긴다. 즉 작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 경비를 모두 뺀 금액에만 세금이 붙는다. 특히 생존한 작가의 작품에는 세금이 없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 41조 14항은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의 작품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최근 미술 시장과 대중 사이에서 유명해진 우국원 작가의 작품은 3~4년 전 180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그러던 우국원 작가의 작품은 지난해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3억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이우환,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 작업으로 인기가 오른 박서보, 입생로랑과 협업한 이배 등 몸값이 크게 뛴 생존한 유명 작가의 작품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갤러리 관계자는 "생존한 작가의 작품에 세금이 없으면 인기를 얻을 경우 비싸게 팔리고, 작가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 계기로 미술품 물납제도 시행

다만 미술품도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한다.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에 이른다. 미술품 상속 이슈로 주목을 받았던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수집품은 평가 가액만 2조~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대규모 컬렉션을 두고 '미술품 물납 제도' 논의가 불거졌다.

세법상 국유기관·공공재단 등에 미술품을 기증하면 미술품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오랜 논의 끝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며 미술품 물납 제도가 올해 1월 1일 시행됐다.

현금으로 상속세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른바 물납제도다. 세법 개정안 시행으로 상속받은 미술품 또는 문화재의 가치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물납 신청은 상속받은 미술품의 상속세액이 2000만원을 넘어야 가능하다"라며 "미술품을 소유한다고 물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학술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와 미술품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족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기증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지역 순회전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무조사 받을까 수집 사실 쉬쉬

재계뿐 아니라 많은 자산가가 미술품을 수집한다. 그러나 대부분 수집 사실을 공개하길 꺼린다. A 운용사 대표이사는 "미술품 수집가로 알려지면 국세청에서 세무조사가 들어온다"라며 "미술품 컬렉터는 고가의 자산을 구매할 경제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부동산·금융자산 등 다른 자산에 대한 조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미술품을 수집하지만, 재산을 물려주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최근에는 증여도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증여세율은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이다. 부모와 자식 간 증여는 10년 동안 5000만원을 공제해준다.

그러나 미술품 증여세는 부동산과 달리 세액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과 달리 등기 등록제가 없다. 막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의 경우 구매 이력을 부동산처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또 '재취득가액'이 확인되지 않으면 '장부가액'으로 과세한다. 즉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처음 구매가로 세금을 매긴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에는 유명 작가나 고가의 작품은 추적이 쉬워 과거처럼 탈세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그런데도 미술품을 자산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세금이 없는 국내 생존 작가 중 해외에서도 유명한 작품을 수집하거나, 해외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방식 등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타·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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