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조민·신창원…대중은 '외모'에 왜 열광하나

전우원 귀국에 '잘생겼다' 외모 품평
조민 얼굴 공개되자 "올리비아 핫세"
본능적 美 추구+한국적 특성도 결합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며 귀국했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온갖 해프닝이 잇따랐는데, 그의 귀국마저 또 다른 해프닝을 낳았다.

"그런데 전우원 씨, 홍콩 배우 닮지 않았어?"

"배우인 유아인보다 더 잘생겼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잘생기기만 했다면"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이 드문 일은 아니다. 연예인·인플루언서 등의 외모 품평을 넘어 일반인, 심지어는 범죄자의 외모까지 품평하고 찬양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숨지 않겠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개설했을 때도, 대중들은 그의 외모에 집중했다. 지지자들은 "올리비아 핫세 같다"며 환호를 쏟아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가 본인의 SNS에 올린 프로필 사진 [사진출처=조민 인스타그램]

2022년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2004년 특수 강도 혐의로 공개수배된 '얼짱 강도' 이미혜 씨 때도 대중들은 그들의 외모를 찬양하며 팬 커뮤니티까지 개설했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도 뛰어난 패션 감각과 외모로 '신창원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탈옥 후 그를 숨겨준 여성들 때문에 검거가 더욱 늦어졌다.

이는 한국만의 남다른 현상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와 같은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2004년 12살 동급생을 흉기로 살해한 나츠미 츠지는 '만화 캐릭터와 비슷하다'라는 이유로 팬픽(fan+fiction)까지 성행했다.

2018년 중국에서도 외모를 이용해 남성들의 돈을 갈취한 칭첸 징징도 팬클럽이 개설되고, "그의 외모라면 알고도 당했다"는 등 그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머그샷 공개로 인해 모델까지 하게 된 제레미 믹스. [사진출처=로이터]

2014년 갱단 소탕 중 총기 소지 및 절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제레미 믹스도 매력적인 외모로 모델 에이전시의 러브콜을 받았고, 모델로 대성한 그는 한 향수 브랜드의 앰배서더까지 하게 됐다.

2021년 자동차 경주를 하다가 유모차를 들이받아 어머니와 딸을 숨지게 한 카메론 헤린도 재판 중 얼굴이 공개되자 감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실제로 1975년 해럴드 시갈 메릴랜드 대학교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 "대학생들이 매력적인 인물이 저지른 범죄일 때는 매력적이지 않거나, 외모 정보가 없는 범죄자보다 복역 기간이 훨씬 더 적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여신 비너스가 탄생하는 모습. [사진출처=픽사베이]

1987년 유디트 랭글로이스 택사스대 교수 연구팀의 실험에 의하면, 3개월 된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가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생후 3개월 된 아이들에게 두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을 더 오랜 시간 쳐다보는지를 가지고 선호도를 판단했다.

그 결과 생후 3개월 된 아이들의 판단은 앞서 조사한 성인들의 선호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가 사회적 학습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이라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아름다움은 종의 생존에도 유리하다. 2022년 니콜라스 모케 몽펠리에 대학교 교수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미적으로 더 '못생긴' 종으로 분류된 물고기 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외모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개인적 아름다움이 그 어떤 증명서보다 위대한 추천"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일까.

진화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현재 아름다움의 기준은 과거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남성의 강인함이나 여성의 출산 능력을 증명하는 듯이 보이는 신체적 특징은 지금까지 미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을 볼 때, 쾌감·성적 욕망·중독 등과 관련된 보상 영역이 활성화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상대를 평가하는 영역이 둔화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

대중매체의 등장, 아름다움의 가속화

[사진출처=픽사베이]

'아름다움의 추구'는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그 극단으로 치달았다. 외모에 대한 찬양은 대중매체를 통해 증폭된다.

사회 영역에서 신체적 외모를 기준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거나 차별대우를 하는 외모지상주의·루키즘(Lookism)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08년 엄묘섭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논문에 따르면 '대중 매체 이미지에 나타나는 외모 내지 신체적 매력의 강조'와 '미용산업의 발전'을 외모지상주의의 사회적 기반으로 보고 있다.

그는 "소비자사회에서 주체의 특성은 그 자체가 상품이 되어버린다"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 부여는 보다 참신하고 아름다운 외양과 매력적인 겉모습에 우선으로 주어진다"라고 말했다.

즉 대중매체에서 '팔리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겉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대중매체에서 전달된 매력적인 겉모습은 대중들에게 전달되어 대중들 역시 매력적인 겉모습을 추구하게 되며, 또 대중매체에서 '팔리기' 위해선 상향 평준화된 겉모습보다 좀 더 참신하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의 '늪'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심각한 수준의 외모지상주의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잘생기거나 예쁘면 감옥에 가는 것이 손해이니 감형하거나 석방하자"는 주장이나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잘생긴 남자는 군 면제 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실제로 1994년 다니엘 헤머메시 예일대 교수 연구팀 연구에 의하면 "외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과 대중들의 반응은 개인의 다른 능력이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도리' 같은 내적 성장을 모두 부정하며 오로지 외모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또 한 인물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담론의 관심도와 중요도가 희석될 수 있으며, 신창원 같은 범죄자를 옹호하여 검거를 어렵게 만든다.

아름다운 외모를 과도하게 추구하게 되면서 거식증, 성형중독 환자 등이 급증하는 등의 사회적 문제 역시 발생한다.

엄 교수는 논문에서 "대중매체는 우리에게 시각적 아름다움을 풍성히 제공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부단히 미를 추구하도록 만든다"며 "그 결과 우리들을 일종의 강박관념과 불안의식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므로, 우리 내면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각문화의 창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나아가 법의 측면에서도 루키즘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불식될 수 있도록 법제화나 양형의 문제까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바르게 보는 관행을 위해서는 언론과 법 제도들부터 우선으로 바르고 정직하게 보여주는 관행을 시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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