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연루 의혹에…'월가 황제' 불명예 퇴진 위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월가 황제’인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최고경영자(CEO)가 불명예 퇴진 위기에 몰렸다. 미성년 성범죄자로 감옥에서 목숨을 끊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게 된 것.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발 금융권 도미노 파산 수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월가에 존재감을 확인했던 다이먼 회장은 추문에 휩싸여 순식간에 해임 위기에 몰렸다.

3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미성년을 상대로 수많은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JP모건의 금융거래와 관련해 오는 5월 법원에 소환된다.

지난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와 성범죄자 피해자들은 JP모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들은 JP모건이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를 인지하고도 1998~2013년 금융거래를 통해 사실상 성매매 행위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여러 차례 내부 경고가 있었음에도 회사 차원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소장에 담겼다. 다이먼 회장은 2005년부터 CEO로 근무하며 JP모건을 이끌어 왔다.

특히 검찰은 직원 간 통신 기록을 조사하던 중 다이먼의 검토를 뜻하는 듯한 ‘다이먼 리뷰(Dimon Reviw)’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에는 엡스타인과의 거래가 위험하다는 내부 보고에도 다이먼이 이를 무시, 은폐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 내부 수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이 엡스타인과 직접적으로 소통했거나, 엡스타인을 고객으로 유지하기 위해 논의했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다이먼 회장이 JP모건에 취임한 이후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인지했고, 이를 알고 있음에도 회사 이익을 위해 거래를 유지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CEO 자리에서 강제 퇴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엡스타인은 셀 수 없이 많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를 일삼은 희대의 성 범죄다. 그는 JP모건 계좌를 통해 10대 여성들에게 돈을 송금했고 이들을 유인한 모델 에이전시 운영비, VIP 고객과 소녀들을 휴양지로 실어나를 전용기 유지비용 등을 대거 인출했다. JP모건은 엡스타인이 성범죄로 첫 실형을 선고받은 2008년에도 그와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다.

다이먼 회장이 엡스타인의 악랄한 성범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월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다이먼 회장은 2005년부터 JP모건을 이끌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부실주택담보대출에 투자했다가 파산한 베어스턴스, 체이스맨해튼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JP모건을 세계 최대 은행으로 키워냈다.

이달초 SVB 파산 이후 다른 중소형 은행으로 위기가 확산되자 구원투수로 등판해 은행 11곳을 모아 위기에 몰린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구제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이먼 회장에게 직접 연락해 부탁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이먼 회장의 존재감이 재차 확인됐다.

전 세계 금융권은 위기 때마다 소방수로 나선 월가의 거물 다이먼 회장이 결국 불명예 퇴진할지, 아니면 의혹을 해소하고 명예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JP모건은 다이먼 회장이 엡스타인과 관련한 어떤 사항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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