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시장 원리 거스르는 포퓰리즘 성공할 수 없어” 양곡법 거부권 공식화

한덕수 국무총리 "양곡법 지난 정부도 이미 반대 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재추진 국민 도리 아니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할 것”이라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공식화했다.

한 총리는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발표한 8쪽 짜리 분량의 대국민담화문에서 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다시 추진한다’, ‘남은 쌀 강제매수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한 어조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정부가 지속 문제점과 부작용을 설명하고 농업계, 농민단체들도 반대했지만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돼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쌀이 남아도는데도 무조건 사들이게 되면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더 무력화하고 공급과잉 심화와 쌀가격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3만톤 수준인 초과공급량이 2030년에는 63만톤을 넘어서고, 쌀값은 17만원 초반대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농업인 육성에 써야 할 재원을 남는 쌀 매입에 쏟아 부으면 농촌 혁신은 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쌀만 가지고 식량안보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밀, 콩 같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전체와 농민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농업·농촌 삶과 직결된 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한 총리는 특히 양곡관리법에 대해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지난 정부에서도 그런 이유로 이미 반대했던 법안”이라면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은 혈세를 내는 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국회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정은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그간 쌀 과잉 공급과 재정 부담을 우려해 개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 총리와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당정간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한 총리 담화 발표에 앞서 당정은 오후 3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양곡법 관련 당정협의를 열었다. 한 총리의 이날 담화는 당정 직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으며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정치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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