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챗GPT 독점하나...'오픈' 버린 오픈AI

오픈AI, 핵심 기술 쏙 빼고 GPT-4 공개
"초거대 AI 기술 독점·생태계 장악 목적"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가 그동안 공개해왔던 모델 크기, 학습 데이터 등 주요 개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GPT-4' 출시를 기점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초거대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AI 챗봇 '챗GPT'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기술 공개 대신 독점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오픈AI, GPT-4 핵심 기술 비공개

오픈AI는 최근 GPT-4 출시와 함께 기술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술보고서를 통해 GPT-4가 미국 변호사 시험 모의고사 등 자격 시험과 미국 대학입학시험(SAT) 영역별 시험에서 거둔 성적, 이전 버전과 비교한 성능 등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기업들이 GPT-4를 활용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한 셈이다.

반면 모델의 크기, 학습 데이터, 학습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는 쏙 뺐다. 자동차 엔진으로 치면 엔진을 이루는 부품들은 사용할 수 있지만 엔진을 만드는 기술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간 개발 정보를 공유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 수가 대표적이다. GPT-1이 1억1700만개, GPT-2가 15억개, GPT-3와 3.5가 각각 1750억개로 파라미터 수를 공개했지만 GPT-4 수는 비밀이다. 업계에선 이전보다 모델 크기가 약간 커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오픈AI가 창립 초기 내세웠던 비전과도 맞지 않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회사로 출범하면서 개방과 공유를 강조했다. '인류 모두를 위한 AI 개발'을 목표로 내걸고 기술 협력에 나섰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오픈AI는 자기 지도 학습(최소한의 데이터만으로 스스로 규칙을 찾아 분석하는 AI 기술), 신경망 모델(문장 속 단어를 예측하도록 훈련하면서 언어를 학습하는 AI 기술) 등 다른 연구 그룹에서 내놓은 결과를 기술적으로 잘 버무려 GPT 모델을 발전시켰다"며 "(기술 공개) 문을 닫아버린 것은 그간 AI가 발전해온 철학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피하고 기술·수익 독점”

전문가들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픈AI가 기술 독점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본다. 구글은 '람다', 메타는 '라마'라는 자체 AI 모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오픈AI의 챗GPT가 돈을 벌기 시작한 뒤 기술 선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픈AI는 지난달 월 이용료 20달러에 새 기능이나 더 빠른 검색 속도를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챗GPT 플러스' 버전을 출시했다. 출시 사흘 만에 유료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챗GPT 이용자의 유료 전환율을 5% 이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용자를 1억명으로만 잡아도 월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매출이 나온다는 얘기다. 아울러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MS) 업무용 소프트웨어(SW)에 GPT-4를 적용해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설 예정이다.

법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GPT-4가 학습한 데이터를 공개하면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로 생성 AI가 뜨면서 저작권 소송은 급증하는 추세다. 생성 AI는 문서, 이미지 등을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AI다. 오픈AI도 지난해 11월 프로그래머들이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이 올린 코드를 오픈AI가 무상으로 가져가 AI를 학습시키는 데 썼다며 소송을 걸었다.

하 소장은 "초거대 AI 모델 기술은 독점하되 API만 공개해 오픈AI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가 닫기 시작하면 다른 빅테크들도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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