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기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일명 건축왕)와 공인중개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성민)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씨(61)를 구속 기소하고, 공인중개사 B씨(46)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또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피의자들 가운데 A씨에게 고용된 공인중개사 3명은 범행 가담정도가 중하고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직접 구속해 수사중이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대출이자를 연체하는 등 자금 사정 악화로 집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빌라 등 주택을 지었다.
그는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 현재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공인중개사무소 5~7곳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 중개를 전담하게 했다.
또 공인중개사무소를 총괄하는 중개팀,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 등으로 조직을 꾸리고 중개팀 소속의 공인중개사 등에게 급여와 계약 체결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은 주택의 실소유자가 A씨라는 사실을 숨겼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여러 주택에 경매가 시작됐는데도 이를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2월 기준 총 690세대가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주는 방법으로 임차인들을 안심시켜가며 전세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인 보호와 공인중개사의 공정 의무를 저버린 채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전세계약 체결에만 열중하다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건물주,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전세사기 범행이자 부동산거래질서 교란 범죄로,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유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